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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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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비 오는 풍경- 하순희

  • 기사입력 : 2022-06-09 08: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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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 오는 날 온 세상은

    커다란 어항이다.

    친구도 나무들도

    꽃들도 우산들도

    커다란

    물속 나라에서

    알록달록 헤엄치네.


    ☞ 비는 종종 메마른 대지보다 우리의 마음을 더 깊이 적신다. 많은 시인의 시에서 비는 또 다른 세상이 다가온 것으로 그려진다. 비는 사랑을 잉태하기도 하고 그리움의 씨앗이 되거나 가슴 적시는 눈물이 되기도 한다. 비의 감성에 젖어 들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비는 언제나 새로 열고 싶은 새로운 세상이다. 이 동시조에서 비에 젖은 세상은 ‘커다란 어항’이 되었다. 친구들, 나무들, 꽃들, 토닥토닥 빗방울을 받쳐주는 우산까지, 물속 나라에서 예쁜 물고기가 된다. ‘커다란 물속 나라에서 알록달록 헤엄치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푸른 수초 사이로 헤엄을 치고 꽃을 즐기며 부드럽게 유영하는 동심의 세상. 누구나 그냥 순수하게 맑아지는 세상이다.

    나도 푸른 물속에서 물고기처럼 헤엄치며 놀았으면 싶은 적이 있다. 비가 오면 우산을 받쳐 들고 물속을 걷는다고 상상해보자. 비에 젖어 반짝이는 꽃과 나무가 내게 다가와 부드럽게 말을 걸어 줄 것이다. 문득 비가 한번 시원하게 내려주었으면 좋겠다.

    김문주(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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