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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멸종위기식물- 주재옥(편집부 기자)

  • 기사입력 : 2022-05-31 20: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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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국의 계절이다. 수국은 자라는 땅의 성질에 따라 세 가지 색을 띤다. 산성이면 푸른 꽃을, 염기성이면 붉은 꽃을, 중성이면 하얀 꽃을 피운다. 수국과 닮은 산수국의 경우 진짜 꽃이 수정되고 나면 가짜 꽃은 초록색으로 변한다. 수국은 산수국의 가짜 꽃만으로 만든 원예종으로, 열매를 맺고 번식을 할 수 없다. 장미 역시 야생종인 찔레를 겹꽃잎으로 바꾼 것이다. 모두 인간의 이기심이 식물에 투영된 결과다.

    ▼멸종위기식물 2급인 으름난초는 가을이면 붉은 열매가 홍고추처럼 달린다. 사람들은 멸종위기식물이기에 더 귀하다며 이 난초의 열매를 술의 재료로 사용한다. 〈식물학자의 노트〉를 쓴 신혜우 식물학자는 “멸종위기식물로 지정되면 그 식물은 곧 그 자생지에서 사라진다. 지구의 종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직접적 원인은 기후변화가 아닌 인간의 활동에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멸종위기 종을 정할 때 세계자연보전연맹의 기준을 따른다. 멸종위기식물 1급으로 지정된 국내 식물은 총 9종. 그중 6종이 난초다. 난초는 곰팡이가 씨앗에 공생해야만 싹을 틔운다. 특히 난초과인 광릉요강꽃은 불법 채취로 인해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자생지에서 옮겨와 심으면, 수년 내에 죽을 뿐만 아니라 증식조차 되지 않는다. 이 종을 보전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생지의 개체들이 무분별하게 채취되지 않는 것뿐이다.

    ▼최근 국내 바이오벤처기업 바이오에프디엔씨가 세계 최초로 북극에서 자생하는 멸종위기식물 복원에 성공했다. 북극식물은 영하권의 온도와 백야가 생기는 극한 생육 환경에서 살아간다. 임이랑은 에세이 〈아무튼, 식물〉에서 “식물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모든 순서 뒤에는 위대함과 경이로움이 숨어 있다”고 했다.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고 생존법을 터득한 식물에게서 삶의 치열함이 느껴지는 이유다. 생존이 위태로운 식물들을 지켜내는 지혜가 인류에게 필요한 순간이다.

    주재옥(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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