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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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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생일케이크에 몇 개의 초를 꽂으시나요?- 정성헌 (경남대 법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2-05-30 08: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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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우리나라에서의 모든 나이를 만으로 계산하겠다는 정책이 발표되면서 나이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었다. 태어나면서 바로 한 살이 되고 해가 바뀌면 한 살씩 더해지는 우리의 나이 계산법에 비해 ‘만 나이’는 태어나서 1년이 지난 때부터 한 살이 된다. 실제로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들이 나이를 기준으로 나누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나이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게 하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우리의 경우에도 공적인 영역에서는 ‘만 나이’가 통용되어 온 지 오래다.

    법이 우리의 생활을 정하는 기준인 만큼, 나이는 다양한 법에서 반영돼 있다. 성년의 기준은 일반생활의 기본법인 민법에서 정하고 있다. 민법 제4조에 따르면, 사람은 19세로 성년이 된다(원래는 20세였다가 2011년부터 19세로 하향 조정됐다). 성년이 된다는 것은, 특히 법적으로는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나이를 뜻한다. 성년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법이 전제하는 자유롭고 이성적인 독립된 인격체가 됨을 의미하므로 그 의미는 가히 크다고 할 수 있다.

    형사적으로는 소년법에서 19세가 되지 못한 사람을 소년이라 규정하고(20세였다가 2007년에 19세로 하향 조정됐다), 형사처분 등에서 예외를 인정하고 보호처분 등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 촉법소년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나이의 기준은 형법 제9조에서 14세로 정하고 있다. 14세가 되지 못한 자 즉 형사미성년자의 행위는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선거에 관련해서도 나이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선거에서 투표를 할 수 있는 나이는 20세 이상이었다가, 2005년에 19세로, 2020년부터는 18세로 조정됐다.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피선거권은 대통령의 경우는 40세, 국회의원의 경우는 줄곧 25세였다가 올해 18세로 획기적으로 변경됐다.

    그러면 이들 나이는 어떻게 계산되는 걸까? 체결한 계약이 완전히 유효한지, 행위가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는지, 선거에 투표할 수 있는지는 때때로 하루 차이로도 정반대의 결론을 가져올 수 있을 만큼 이에 대해서는 획일적 기준이 필요하다. 나이의 셈법에 대해서도 민법에서 정하고 있다. 민법에서는 기간과 관련된 규정을 두면서, 제158조에서 연령계산에는 다른 일반적인 기간의 산정과는 달리 출생일을 산입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태어난 날 오전 영시에 한 살이 더해지는 이유이다.

    법에서 ‘만’이라는 용어를 나이 앞에 쓰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전부 ‘만 나이’를 기준으로 한다.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그것이 공평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법에 따라서는, 마치 한국나이처럼(그렇다고 한국나이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청소년 보호법이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그렇다. 이들 법에서는 보호의 대상이 되는 청소년을 19세 미만으로 하되,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하는 자도 그 대상에서 제외한다. 그러면 한국나이는 어떤 경우에 사용됐는가? 공적인 경우에 한국나이가 사용된다고 생각했던 것은 대부분 착각이다. 그저 개인 간의 문제, 예컨대 친구의 기준에서나 한국나이가 의미를 가졌었다. 특히 한 살 차이로도 사용하는 언어와 호칭이 달라지는 우리 사회에서는 같은 연도에 출생한 사람들의 나이를 모두 같게 만들어 동질감(?)을 갖게 해 주었다. 어쩌면 앞으로 가장 혼란스러울 부분이 이 부분일지도 모른다.

    결국 나이를 ‘만 나이’로 통일하겠다는 건 실제로 지금까지와 큰 차이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생일케이크에 초의 개수는 분명해질 것 같다. 필자는 그간 한국나이에 맞춰 초를 꽂는 걸 보면 다소 불편했는데, 이젠 ‘만 나이’로 꽂으면 된다. 사실, 첫 번째 생일, 즉 돌에 초를 하나 꽂는 걸 생각하면 애초에 ‘만 나이’로 꽂는 게 맞는 거였다.

    정성헌 (경남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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