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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복숭아- 이상규 (문화체육부장)

  • 기사입력 : 2022-05-30 08: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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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현실 저 너머에 낙원이 있다고 상정했다. 서양에서는 이를 유토피아라고 불렀고, 동양에서는 신선들이 사는 땅, 마음속으로 그리워하는 천국과 같은 이상향을 ‘무릉도원(武陵桃源)’이라고 했다. 무릉도원 이야기는 중국을 대표하는 시인인 도연명의 ‘도화원기’(桃花源記)라는 책에 나온다. 무릉도원은 무릉에 있는 복숭아꽃이 활짝 핀 세계이다.

    ▼도연명의 ‘도화원기(桃花源記)’는 무릉의 한 어부가 우연히 복숭아꽃이 만발한 별천지에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을 발견해 대접을 잘 받고 돌아왔는데, 아무도 다시는 그곳을 찾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도화원기는 이후 무릉도원 같은 세상을 꿈꾸는 글의 모델이 되었다. 당나라 왕유, 한유 송나라 왕안석, 소식 등 문학가들이 이와 비슷한 글을 지었고 이후 수많은 화가들은 상상의 이상향인 도원도를 그렸다.

    ▼중국이 원산지인 복숭아 나무는 악귀를 쫓을 뿐만 아니라 열매는 신선이 먹는 불로장생의 선과(仙果)라고 여겨 고대 중국에서부터 주술적인 나무로 신성시해 왔다. 중국에서 복숭아 나무는 축귀와 불로장생이라는 두 가지 상징성을 갖고 사용되었는데, 우리나라 민간에선 불로장생보다 귀신을 쫓는 상징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한국에는 복숭아 나무가 귀신을 쫓는다고 생각해 제사상에 올리지 않으며, ‘귀신에 복숭아나무 방망이’라는 속담이 전승되고 있다.

    ▼최근 김해시 4세기 금관가야 무덤에서 단일 고분 최대 수량인 340여점의 복숭아씨가 출토됐다. 국내에서는 고령 지산동고분군, 창녕 송현동고분군 등 5세기 고분군에서 15점 미만 출토된 예가 있다. 금관가야인들은 복숭아를 부장함으로써 불로장생을 기원했다. 과학이 발달한 현재 이 같은 욕망은 냉동인간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성동고분군의 복숭아 씨앗은 불로장생 염원이 17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는 걸 보여준다.

    이상규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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