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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8월 10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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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눈물 없이 어떻게 울지 -귀환의 시간

- 김일태

  • 기사입력 : 2022-05-26 08:03:36
  •   

  • 안구건조증이란다

    나이 들면 생기는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의사는 마음을 다독이지만

    나는 직감한다

    슬퍼도 오래 가지 않고 이내

    덤덤해지는 까닭이

    눈물샘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아까워라

    평생 나누어 써야 할 저장고가 비어가는 줄 모르고

    대신 울어줄 필요 없는 일

    부질없이 작은 일에 함부로 눈물 쓴 일이


    어쩌나

    세상이 내 눈보다 더 건조해져서

    울어주어야 할 일

    울어서 다시 일어서야 할 일

    지워야 할 일로

    눈물 필요한 날 많을 텐데


    어떡하나

    자꾸 메말라 울 수 없는 날 오면

    눈시울만 붉히며 마른 울음 울어야 할 날 오면.


    ☞ 어느 날 문득 안구건조증이란 진단을 받은 시인은 저장고의 바닥이 드러남을 인식함과 동시에 귀환의 시간이 도래함을 직감한다. 생이 흔들리거나, 과적된 삶의 복원을 위해 저마다 가슴 밑바닥에 눈물의 평형수가 출렁인다. 그러므로 희로애락의 삶을 사는 동안 흘리는 정서적 눈물은 존재를 알리는 눈의 언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시인이 흘린 눈물의 농도는 어떻게 다를까. 자신의 삶을 통해서는 물론이고 대신 울어주었을 수많은 지면을 헤아려 본다면 함부로 흘린 눈물은 아닐 것이다. 다만 갈수록 건조해지는 세상사에 눈시울만 붉히며 울 수밖에 없는 날들, 그날들을 염려하는 것이다. 어쩌나, 인공눈물을 떨어뜨릴 때마다 하늘 향해 깊어지는 이 한숨을. 어떡하나! 꽃이 지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은데, 저만치 봄날은 간다. 천융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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