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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궁류 참사’ 피해자들의 40년 恨 잘 풀어줘야- 김명현(함안의령본부장)

  • 기사입력 : 2022-05-16 20: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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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명현(함안의령본부장)

    의령군이 5월부터 ‘궁류 총기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유족 및 주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추모사업을 시작했다. 사건 발생 40년 만이다.

    추모사업의 핵심은 추모공원 조성 및 위령탑 건립이다. ‘궁류 총기 참사’는 의령경찰서 궁류지서 우 순경이 1982년 4월 26일 궁류면 평촌마을 등 4개 마을 주민들에게 총을 난사하고 수류탄을 던져 62명이 숨지고 33명이 부상 당한 비극적인 사건이다. 의령군 현대사에서 가장 ‘가슴 아픈 역사’다. 우 순경은 당시 희대의 살인마로 기록돼 ‘단시간 최다 살인’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하지만 이 사건은 발생 일주일 후 사실상 언론 보도에서 사라졌다. 전두환 군사정권의 보도 통제 때문으로 추정된다. 우 순경이 청와대 경비단에서 근무하다 의령서로 좌천된 후 벌어진 사건인 만큼 당시 청와대로서는 매우 부담스런 사건이었을 것이다. 전두환 정권은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 신속하게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과 보상을 했다. 피해지역 주민 및 해당 마을에 대한 지원책도 내놨다. 군사정권 하에서 입막음을 당한 희생자 유족들과 부상자들은 이후 40년간 당시 사건에 대해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한 채 가슴에 한을 품고 살아왔다.

    추모사업은 지난 2018년 9월 유족들이 ‘위령비건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공론화됐다. 위령비건립 추진위는 같은해 10월 의령군에 공식적으로 위령비 건립 지원을 요구했다. 유족과 피해지역 주민들은 한 달 뒤인 11월 1차로 위령비 건립 동의서를, 군민 3400여명은 다음해인 2019년 3월 2차로 위령비 건립 동의서를 각각 제출했다. 하지만 당시 의령군은 위령비 건립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악몽의 기억들을 상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갈등 요인을 해결한 후 여건이 성숙된다면 건립하겠다며 유보적 태도를 취했다.

    그러다 2021년 4월 오태완 군수가 취임한 이후 추모사업 추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고 SBS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방송 후 가속도가 붙었다. 방송이 나간 뒤 청와대 국민청원 3건, 국민신문고 3건, 의령군청 홈페이지 군민의 소리 17건 등 위령비 건립을 요구하는 사이버 민원이 쇄도했다. 의령군수는 지난해 12월 중순 김부겸 국무총리를 만나 이런 민심을 전달하고 추모사업에 소요될 국비 10억원 지원을 요청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

    의령군은 지난 6일 정부로부터 특별교부세 7억원이 지원됨에 따라 ‘가슴 아픈 역사’를 세상 밖으로 꺼내는 힘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의령군이 추모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40년간 한을 갖고 사신 유족과 부상자,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추모공원과 위령탑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유족 및 지역 주민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한편 국가 공권력에 의한 비극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조성돼야 한다. 특히 의령군은 지난 세월 가족을 잃은 슬픔과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데 적극 나서지 못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추모사업들을 성실히 진행해야 한다. 또한 한 일탈 경찰관이 저지른 참사지만 정부 및 경찰 대표자는 추모사업과 관련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유족들과 부상자들을 위로하는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들은 40년간 커다란 한을 안고 살아온 유족들과 부상자, 지역 주민, 위로 받지 못한 영혼들을 위해 후손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다.

    김명현(함안의령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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