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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ON- 여기 어때] 과거-현재 공존하는 함안 무진정과 괴항마을

마법 같은 붉은 밤

  • 기사입력 : 2022-05-12 22: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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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 초 첫 방영된 kbs 드라마 ‘붉은단심’ 1회 엔딩에는 함안 무진정 낙화놀이를 배경으로 찍은 촬영분이 방송됐다. 두 배우의 재회 장면은 무진정 앞 연못 속 영송루로 연결된 다리에서 촬영됐다. 낙화놀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장면이 아름다워 방송 후에도 화제를 모았다. 지난 8일에는 코로나19로 2019년 이후 2년간 중단됐던 무진정 낙화놀이 불꽃축제가 다시 열려 낙화놀이를 기다렸던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함안의 역사와 전통이 잘 보존돼 있는 함안군 함안면 괴산리 무진정과 괴항마을을 돌아봤다.

    함안낙화놀이./함안군/
    함안낙화놀이./함안군/

    ◇3년 만에 개최된 함안낙화놀이

    무진정은 조선 중종 때 사헌부 집의 등을 역임한 조삼(趙參) 선생이 1528년 직접 지은 정자다. 이후 1567년 후손들이 그의 덕을 추모하기 위해 정비했다고 한다. 주세붕 선생의 기문에는 “맑은 바람이 저절로 불어오고 밝은 달이 먼저 이르며, 반 걸음을 옮기지 않아도 온갖 경치가 모두 모였으니 진실로 조물주의 무진정이라 하겠다”는 구절이 있다. 무진정은 사계절 아름다워 지역 주민뿐 아니라 인근 도시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 관광객들은 한결같이 “무진정은 산책하기 좋고 사진 찍기에도 좋아서 방문한다”고 말한다.

    함안낙화놀이./함안군/
    함안낙화놀이./함안군/

    함안 무진정 낙화놀이는 숯가루를 이용해 만든 낙화봉을 매단 뒤 불을 붙여 놀던 전통 불꽃놀이다. 조선 선조 때 함안군수로 부임한 한강 정구가 군민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매년 사월 초파일 개최했다고 전해진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때 중단됐으나, 1960년 사월초파일 괴항마을청년회에 의해 재연됐다. 참나무 숯가루를 광목심지와 한지에 싸서 만든 낙화봉 3000여 개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준비 과정부터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

    김현규 함안 낙화놀이 기능 보유자./함안군/
    김현규 함안 낙화놀이 기능 보유자./함안군/

    함안낙화놀이는 무진정 앞 연못인 이수정에서 열린다. 이수정 연못에서 뗏목을 타고 낙화봉 하나하나에 불을 붙이면 바람의 강약에 따라 떨어지는 불꽃이 장관을 이룬다. 지난 8일 저녁 무진정에서는 ‘제29회 함안낙화놀이’ 행사가 열렸다. 2019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열렸다. 특히 이날 낙화놀이는 바람이 많이 불면서 불꽃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이 마치 파도가 밀려오는 것처럼 보여 예전보다 더 황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진정 옆에는 낙화놀이에 사용되는 낙화봉 만드는 체험이 가능한 낙화놀이전수관이 있다. 함안낙화놀이보존회가 운영하는 이곳은 낙화놀이의 역사와 유래, 체험방법을 알려주는 시청각실과 체험실이 있다.

    무진정서 매년 초파일에 전통 불꽃놀이
    흩날리는 불꽃송이에 감탄사가 절로
    낙화놀이 유튜브 방송 해외서도 인기몰이

    괴항마을에는 근대의상 체험장 ‘살롱 드 괴항’
    인근엔 39명 작가 참여해 만든 전시공간
    이달부터 ‘괴항마을에서 하루를’ 프로그램

    ◇“마법 같은 밤이다!” 해외 반응 뜨거워

    함안군은 올해 처음으로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함안낙화놀이를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유튜브에서는 무진정 낙화놀이를 배경으로 촬영한 드라마 편집본과 1박2일 방송 편집영상 등을 볼 수 있다.

    설명을 듣고 영상을 본 외국인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는 호마(34)씨는 “마법 같은 밤이다! 떨어지는 불꽃이 마치 별과 은하를 연상하게 한다”며 “호수 위로 별이 빛나고 떨어지는 것 같아 바라보면 모든 소원이 이뤄질 것만 같다”고 말했다.


    함안낙화놀이./함안군/

    호주 애들레이드에 거주하는 마이클(33)씨는 “몇 분이 아니라 2시간 동안 불꽃이 탄다는 점이 매우 놀랍다”며 “만약 현장에서 직접 불꽃놀이를 봤다면 더 감명 받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심천에 거주하는 진원씨(36)는 “오래 전에 어떻게 이런 신비한 순간을 만들었을까 놀랍고, 불꽃놀이의 재료도 시간을 들여서 손수 만든다는 점에서 한국이 전통을 잘 지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심천에서도 명절에 불꽃축제를 열지만 함안의 불꽃축제가 더 아름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로 몇 년간 해외여행을 못했는데 역사도 알아보고 싶고 현장 체험도 해보고 싶어 조만간 꼭 함안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근대의상체험장이 있는 괴항마을

    근대의상을 체험하는 관광객들./함안군/
    근대의상을 체험하는 관광객들./함안군/

    괴항마을은 낙화놀이가 이뤄지는 무진정과 성산산성에 인접해 있다. 괴항마을에는 근대의상 체험장인 살롱 드 괴항이 매주 주말 오전 10시~오후 5시 운영되고 있다. 괴항마을 주민으로 구성된 함안괴항낙화마을협동조합이 운영한다. 2018년 tvN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시대물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에서 선보였던 개화기 콘셉트 의상 및 소품 100여 점이 구비돼 있어 근대의상 체험이 가능하다. 영화 ‘기생충’으로 유명해진 이정은이 ‘함안댁’으로 분해 함안을 널리 알리는 데 기여했다. 무진정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있으며 근대의상 등을 대여해 무진정 일대를 걸으면서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살롱드 괴항./함안군/
    살롱드 괴항./함안군/

    ‘살롱 드 괴항’ 맞은편에는 지난 2020년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함안미술협회 회원 15명을 포함한 총 39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만든 전시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은 ‘낙화마을, 미로(美路), 속으로 이끌림(林)’이라는 주제로 마련된 전시공간이다. 실제 낙화봉과 함께 낙화봉 제작과정 등을 담은 사진이 전시돼 있으며 낙화놀이에 영감을 받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괴항마을 전시공간에 전시된 작품들./함안군/
    괴항마을 전시공간에 전시된 작품들./함안군/

    아울러 이달부터는 ‘작은지구 괴항마을에서 하루를’이라는 프로그램이 옛 괴산재 및 성산산성 일대에서 진행된다. 성산산성 에코티어링, 생태해설 및 곤충극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괴항마을은 마을공동체 단위로 자발적인 주민 참여가 이뤄져 고유의 전통 계승과 현재를 적절히 조화시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성산산성은 신라시대에 축조된 석축산성으로 현재 문지와 성벽의 일부가 남아있고, 명문목간 등의 중요 유물이 대량 출토됐다. 2009년 5월에는 이곳에서 700년 된 연꽃의 씨앗을 수습해 꽃을 피웠는데 이를 ‘아라홍련’으로 부른다. 성산산성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는 말이산고분군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성산산성을 오르는 길은 낙화놀이전수관 옆길로 가는 길 외에도 괴항마을에서 올라가는 대나무 숲길도 있다.

    신라시대 축조된 석축산성인 성산산성./함안군/
    신라시대 축조된 석축산성인 성산산성./함안군/

    ◇함안불꽃놀이, 국가문화재 지정 기대

    세계적으로 다양한 불꽃축제가 열리지만, 함안의 불꽃축제는 재료부터 다른 불꽃놀이들과 다르다. 함안 낙화놀이는 독자성을 인정받아 2008년 경상남도 33호 무형문화재로 지정됐고, 낙화놀이용 낙화봉 제조방법은 2013년 특허를 취득했다. 함안군은 우수한 전통문화를 보존·계승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함안낙화놀이가 하루빨리 국가문화재로 지정되고, 국내외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오는 10월경에는 함안 입곡군립공원에서 처음으로 낙화놀이가 개최될 예정이다. 가을밤을 수놓을 불꽃의 향연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김명현 기자 m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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