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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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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 문재인 환영” 2500여 인파에 평산마을 들썩

[문 전 대통령 양산 돌아온 날] 조용하던 마을길 지지자로 북적
곳곳에 축하 현수막 30여점 걸려
정오께 햇무리 뜨자 ‘길조’ 환호

  • 기사입력 : 2022-05-10 16:3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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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전 대통령이 10일 5년의 임기를 마치고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에 정착했다.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며 문 전 대통령이 사저로 선택한 평산마을은 48가구만 거주하는 조용한 시골마을이다. 하지만 이날은 2500여명의 환영 인파가 모이며 마을이 생긴 이래 가장 북적이는 날이 됐다.

    이날 아침 일찍부터 마을에는 50여명의 지지자들이 방문해 문 전 대통령의 귀향을 기다렸다. 이들은 마을까지 향하는 길에 차량 진입이 통제되면서 2㎞가량 거리를 걸었다. 오전 8시부터 사저 입구를 지켰다는 이봉균(55·창원시)씨는 “며칠 전에도 들렸다. 대통령을 본다는 생각에 힘든 생각도 다 사라졌다”며 “이제 같은 경남도민이 돼 반갑고 기쁘다. 퇴임 후 편안하고 걱정 없이 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0일 오후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성승건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10일 오후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성승건 기자/

    오전까지는 다소 한산했지만 정오가 지나자 마을길에는 본격적으로 지지자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오후 12시 40분께 직접 만든 카드 팻말을 들고 마을로 향하던 문모(55·여·김해)씨와 친구 김모(55·여·김해)씨는 “임기 5년간 너무 고생했고 응원해주고 싶어 오늘 사저를 방문했다”며 “앞으로 본인이 원하는 자유로운 삶을 사셨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마을로 향하는 길 곳곳에는 문 전 대통령의 귀향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30여점 내걸려 있었다. 자신이 운영하는 작업실 건물 외벽에 ‘평범하고 담담하게 평산마을에서 함께 살아갑시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건 이상일(67)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상주였던 문 전 대통령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며 지지해왔다”며 “존경하는 사람이 이웃이 됐다는 기쁜 마음을 담아 현수막을 달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0일 오후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 도착해 지지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10일 오후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 도착해 지지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길목에서 ‘문재인 공식 팬카페(이하 문팬)’는 방문객에게 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파란색·흰색 풍선을 나눠줬다. 자신이 만든 문 전 대통령 굿즈(goods)를 나눠주는 지지자들도 있었다. 문팬 회원 이상균(49·대구)씨는 “방문객들이 즐겁게 문 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풍선 500개를 준비했다”며 “5년 임기를 잘 마친 대통령께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같이 풍선을 나눠주던 초등학생 4학년 김가희양은 “대통령 할아버지를 직접 본다니 신기하다. 양산에서 잘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라며 파랑 풍선을 흔들었다.

    이날 정오부터 평산마을 하늘에 햇무리(원형 무지개) 현상이 발생하자 지지자들은 ‘길조’라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환호하는 모습도 보였다.

    10일 오후 양산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기다리는 지지자들의 부채 뒤로 해무리가 져 있다./성승건 기자/
    10일 오후 양산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기다리는 지지자들의 부채 뒤로 해무리가 져 있다./성승건 기자/

    귀향 행사를 준비했던 성덕주 성공한대통령문재인환영위원회 경남본부장은 “원래는 귀향을 환영하는 문화예술행사를 크게 준비했다”며 “하지만 인근 주민에게 소음 피해도 있고 문 전 대통령께서도 조용히 보내고 싶어 하셔서 행사를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평산마을 주민인 도예가 신한균(63)씨는 “국정을 잘 끝내시고 젊은이 하나 없는 이 산골에 오셔서 큰 영광이다”며 “앞으로 같은 주민이니 저랑 같이 도자기도 굽고 소주에 삼겹살도 같이 먹으며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오후 2시 51분께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탑승한 차량이 평산마을 마을회관에 모습을 드러냈고, 지지자들은 환영의 박수를 치며 귀향한 문 전 대통령을 맞았다.

    마을회관 앞에 선 문 전 대통령은 마을 주민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퇴임 소감을 밝혔다. 이후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걸어서 사저로 향했다. 이어 3시 12분께 사저 정문을 지난 문 전 대통령과 김 여사는 계단을 오르다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마지막 인사를 한 후 14분께 마을 주민들과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이후 문 전 대통령은 인근 마을 주민 60여명을 사저로 초청해 정원에 계수나무 한 그루를 심고 주민 다과회를 진행하며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온라인으로 양산시 전입신고를 마쳤다. 문 대통령은 35만4296번째, 김정숙 여사는 35만4297번째 양산시 전입신고자가 됐다. 하북면 전입은 문 전 대통령이 8083번째, 김 여사는 8084번째다. 문 전 대통령 내외는 이날 오후 12시 10시께 서울역에서 울산 통도사역으로 향하는 KTX 열차에 탑승했다. 이어 오후 2시 30분께 울산 통도사역에 도착해 개인 차량으로 평산마을로 향했다.

    이날 문 전 대통령 귀향을 반대하는 시위도 열렸다. 사저 앞에서는 김영원(53·대구)씨가 1인 시위를 펼치다 경찰 제지를 받았다. 평산마을 입구 앞에서는 ‘양산 정의로운 사람들’ 회원 20여명이 문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며 지지자 측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김석호·김용락·박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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