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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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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 이상준(한울회계법인 대표·공인회계사)

  • 기사입력 : 2022-05-03 20:2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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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 ‘눈앞의 이익을 보면 대의를 생각하고 나라의 위태로움을 보면 목숨을 바친다’라는 뜻으로 안중근 의사가 한 말이다. 안 의사는 “사리사욕이 보일 때 정의를 생각하고, 나라가 위기에 빠졌을 때 목숨을 바치라”고 했다.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은 침략자인 일본마저 감화시킨 원대한 사상이었다. 1909년 하얼빈역에서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세 발의 총탄은, 원한이나 증오심을 넘어 패권 장악에 혈안이 된 제국주의 침략 정책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였다.

    그동안 대통령을 포함한 거의 모든 공직자들이 ‘공정’과 ‘정의’를 셀 수도 없이 많이 부르짖어왔다. 하지만 입으로만 떠들어댔지 정작 몸소 실천에 옮긴 사람은 드물다. 이를 곧이곧대로 믿은 국민들의 기대감과 눈높이만 올려놓은 채, 행동으로 보여주기는커녕 ‘내로남불’로 드러났으니 국민을 두 번 죽인 셈이다. 정의는 내편, 네 편을 가리지 않고 만인에게 동일한 잣대를 대는 것이다. 대의를 따르기 위해서는 본인 스스로의 희생이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제 욕심을 다 챙기는 한 공정은 이미 물 건너갔다. 누가 정의로운 지에 대한 판단의 출발점은 ‘얼마나 희생하는 삶을 살 사람인가’이다.

    영웅들은 목숨보다 명예를 소중히 여겼다. 아킬레우스는 불명예스럽게 오래 살기보다 목숨을 바쳐 불멸의 명성을 획득했고, 오디세우스는 불로불사의 유혹을 뿌리치고 잊힌 이름을 되찾으려 거센 바다로 뛰어들었다. 고대 스파르타의 입법자로 유명한 리쿠르고스는 스파르타에도 민주주의를 도입하자는 사람들의 요구에 이렇게 말했다. “당신네 가문에서 먼저 민주주의를 실현한 후에 요구하십시오.” 고대 스파르타의 어머니들은 싸움터로 떠나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방패를 들고 돌아오든지 아니면 그 위에 눕혀진 채 오너라!” 스파르타에서는 전투에서 사망한 전사를 그의 방패에 눕혀 집으로 데리고 돌아왔다. 전투에서 방패를 버리고 도망가지 않는다면 스파르타의 전사들은 방패를 들고 살아 돌아오거나, 죽으면 그 위에 눕힌 채로 돌아왔던 것이다. 이런 부모들의 삶과 사상을 보고 배운 자식들의 행로는 ‘정도(正道)’ 이외에는 없다.

    6·1 지방선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자신을 얼마나 내려놓고 얼마나 희생할 후보인지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짐승은 물론이고 하찮은 벌레마저 자식에게는 온 정성을 다한다. 본능이든 성정이든 자기 자신, 자식, 자기편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소위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사람은 달라야 한다.

    실상은 어떤가. 오히려 범인들은 흉내도 내지 못할 교활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제 살길만 찾은 경우를 수도 없이 보아 오고 있지 않은가. 자녀 입시든, 이권개입이든, 하물며 우리의 피 같은 세금을 쏟아붓는 토지보상에서까지 말이다. 자신이 도덕적이지 않으면서 도덕을 말하는 것은 훨씬 더 부도덕하다. 한마디로 지도자는커녕 졸도 못 될 족속들이 선거판에 득실거리고 있는 것이다. 두 눈을 부릅뜨고 보아야만 또다시 당하지 않는다. 감언이설에 속지 않고 숙고의 과정을 거쳐 한 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우리가 낸 세금과 우리의 행복을 우리 스스로가 지키는 길이다.

    ‘돈이 전부가 아니다’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행복 지수’를 말할 때 자주 거론되는 나라가 부탄이다. 부탄에서는 행복의 4대 요소로 정의, 좋은 정부, 보존, 환경을 꼽는다. ‘정의’와 ‘좋은 정부’가 우리들의 일상 행복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 이스라엘은 계획에 따라 자원을 강제적으로 할당한 비민주적인 수단을 사용했지만 여기에도 큰 특징이 있다. 바로 어느 고위공직자도 사리사욕을 위해 착복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바다를 아는 사람은 강을 보고 놀라지 않는다. 바다와 같은 마음 크기를 가진 정치인이 정말 그립다.

    이상준(한울회계법인 대표·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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