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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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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세상- 소나기 캠페인 2022] (4) 농협은행 창원시지부 김둘옥씨

“나눔은 사람을 선하게 만들어… 오래도록 나누고 싶어요”

  • 기사입력 : 2022-04-11 20: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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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신문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경남지역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소소한 나눔 이야기(소·나·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2022년 소나기 캠페인의 네 번째 순서로 농협은행 창원시지부에서 오랜 시간 일을 하고 있는 김둘옥(48)씨를 만났다.

    벚꽃잎이 흐드러지던 4월 문턱, 진해에서 만난 김씨는 “제가 크게 한 게 있나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그 말이 무색하게도 김씨는 2001년부터 지금까지 총 20년 5개월간 어린이재단을 통해 후원을 이어온 정기후원자다. 총 누적액은 2300여만원에 달한다. 놀랍게도 김씨는 오랜 시간 어린이재단 외 다양한 단체에서도 아동들을 위한 나눔을 계속 해오고 있다. 나눔이 사람을 선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믿는 김씨는 4월의 꽃잎만큼 선한 눈웃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2001년부터 20년 5개월간 2300만원 후원
    어린시절 써놓은 버킷리스트 보며 결심

    결연후원 형태로 보육원 아이에 첫 나눔
    그 아이 성인된 후 재단에 정기후원
    아들도 직장 동료들도 ‘나눔 선순환’ 동참

    1억 이상 기부 ‘그린노블클럽’ 가입 목표
    “오래 걸려도 1억만큼의 사랑 나누고파”

    20년 5개월동안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2300만원의 후원을 해온 김둘옥씨.
    20년 5개월동안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2300만원의 후원을 해온 김둘옥씨.

    ◇‘나눔’으로 이어진 둘째 아들= 20여년 전, 사회 초년생을 갓 벗어난 김씨는 어린 시절 꾹꾹 눌러쓴 버킷리스트를 열어봤다. ‘부모님에게 용돈 드리기’와 ‘나눔을 실천하기’가 그것이었다. 마음을 정한 김씨는 나눔의 방향을 고민했다.

    경남 고성의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김씨는 어린 유년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가지고 싶은 운동화, 책가방을 멀리서 봐야만 했던 그는 저처럼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아이들을 응원하고 싶어졌다. 처음에는 결연후원의 형태로 김씨의 아들보다 한 살 어린 보육원의 아이에게 나눔을 전하게 됐다. 아이가 커서 친부모의 품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 날까지였다. 실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얘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그 추억은 김씨의 마음속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입학 선물로 보내준 가방을 매고 환히 웃는 얼굴, 미술 시간에 그린 첫 그림, 삐뚤빼뚤하게 적은 첫 손 편지, 손때 묻은 카네이션. 해마다 보내오는 아이의 근황이 적힌 편지를 받으면서 그렇게 그의 마음에는 사랑하는 둘째 아이가 하나 더 생겨 있었다. 추억을 상기하는 김씨의 눈시울이 금방 붉어졌다. 그는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둘째 아이가 무사히 어른이 된 이후로 김씨는 결연후원 대신 재단에 정기후원을 시작하게 됐다. 김씨는 나눔을 오래 지속해 더 많은 아이들의 웃음을 찾아주고 싶다고 얘기한다. “재단에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가장 잘 맞는 형태로 도움을 주리라 믿고 있어요. 그 아이들이 제 나눔으로 작은 기쁨이라도 찾는다면 제게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을 거에요.”

    ◇선함을 찾아가는 과정= 김씨는 나눔이 사람의 선함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아들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김씨의 아들 또한 자신의 용돈을 쪼개 어린이재단에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아들도 처음에는 나눔에 대한 큰 생각은 없었지만, 김씨의 영향으로 점점 나눔에 대한 생각을 가져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외동이라서 혹시나 하는 걱정이 있었어요. 그런데 언제나 선생님과 상담을 하면 다른 아이들보다 더 이해심과 배려심이 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더라고요. 사춘기도 크게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너무 고슴도치맘 같지만(웃음), 나눔이라는 게 사람을 선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는 아들이 자리를 잡게 된다면 김씨만큼이나 오랜 시간 후원을 이어갈 것을 믿고 있다. 김씨는 “지금은 아들이 학생 신분이기 때문에 부담이 될 만큼 많은 액수를 후원하진 못하지만 말하고 행동하는 것들을 보면 앞으로가 기대된다”며 웃음 지었다. 김씨의 나눔에 직장 동료들도 덩달아 나눔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재단에서 그의 회사로 보내오는 캘린더와 간행물 등으로 김씨의 후원 사실을 알게 된 직장 동료들도 하나둘 나눔에 동참했다고 한다. 김씨는 그런 동료들의 표정이 이전보다 더 밝아지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린노블클럽’ 달성을 목표로= 은행원인 김씨는어린이재단이 진행하는 ‘동전사업’에 참여한 적이 있다. 어린이재단이 받은 동전들을 지폐 등으로 환전해야 하는데 그 양이 차 몇 대를 가득 채울 정도라 다른 은행에서 작업에 동참해주지 않았다. 어린이재단이 마지막으로 부탁한 곳이 은행원인 김씨였다. 그는 몇 날 며칠을 회사에서 밤을 세며 몇천만원에 달하는 동전의 계산을 끝냈다. 그런 그이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몸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일이 많이 없어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목표는 그린노블클럽에 드는 것이다. 그린노블클럽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1억원 이상 기부한 고액기부자 모임을 말한다. 그렇기에 아무리 힘든 상황에도 기부금을 끊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난해 서울에 발령을 받아서 비싼 월세에 생활비까지 부담이 컸지만 기부금을 줄이는 것은 고려 대상도 아니었다. “배나 조금 곯고 말지요”하며 웃는 김씨는 꾸준히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만약 제가 그 목표에 달성하지 못하면 제 아들이 이어가 줄 것이라고 믿고 있기도 하고요. 꼭 1억만큼의 사랑을 나누고 싶어요.”

    글·사진= 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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