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주말ON- 트렌드] 마산(馬山), 브랜드가 되다

로컬(Local) 넘어 컬처(Culture)

  • 기사입력 : 2022-04-07 21:37:14
  •   
  • 지난 3월 중순,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5일간 ‘마사나이(MASANAI)’의 팝업스토어가 등장했다. 창원 가로수길도 아닌 이곳에선 아귀 모자와 괭이갈매기 티셔츠, 마산 연필과 라이터, ‘끄지라’ 소화기와 ‘잊지 마시라, 걱정 마시라 한잔 마시라’가 적힌 유리컵에까지 마산 특산물과 사투리가 선명하게 새겨져있다. 여기서 마산은 마산시에서 창원시 마산합포·회원구가 된 지역 마산(馬山)이다. 서울도, 부산 같은 큰 도시의 지역명을 뒤로 하고 이제는 구단위로 전락한 지역명을 브랜드로 내건 것.


    마사나이(MASANAI)가 기획제작한 제품들./마사나이/
    마사나이(MASANAI)가 기획제작한 제품들./마사나이/

    이들 제품은 다양한 취향을 인정하고, 지역적 특성이 희소한 것으로 주목받으며 ‘로컬(지역)’이 떠오르고 있는 시대적 흐름과 맞물린다. 중앙의 지도를 받는 하부조직, 변두리, 촌이라는 뜻의 ‘지방’의 제한적 의미를 떨구고 똑같은 지역의 한 부분을 차지하려는 의미도 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는 지역에 밀착해 사람과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차별화를 담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각 지역 음식이 부각되는 등 음식에서 뚜렷이 나타난 로컬 열풍은 지역 맥주와 막걸리로 이어지고 이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으로도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각 지역문화를 담은 브랜드로도 나타나고 있다. 부산 스트리트 패션 편집숍 발란사, 대구 이플릭 등에서는 각각 부산과 대구를 새긴 티셔츠를 판매하고 있다. 기념품을 넘어 로컬에 대한 자부심, 개성 그 도시가 주는 문화를 공유하고 소속감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처음 보는 마산 굿즈들은 마산에서 나고 자란 ‘마산아이’들이 세운 브랜드 ‘마사나이(MASANAI)’의 제품이다. 학업을 위해 영국과 미국, 부산 등지에서 살다 귀향한 이들은 관광기념품 혹은 브랜드 굿즈 형태에 그치지 않고 마산문화를 녹여낸 패션 브랜드로 만들 거라 했다. 누구나 구입할 수 있게 온라인스토어를 포함한 판매처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파리(PARIS), 뉴욕(NEWYORK)은 옷에 잘만 넣어입으면서 ‘마산이 안될 게 뭐가 있겠냐’는 이들을 지난 6일 만나봤다.

    6일 오전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 신화테크노밸리 내에서 마사나이(MASANI)박승규(왼쪽부터) 대표, 손창만 디자인 팀장, 김정구 이사가 자신들이 디자인한 모자를 쓰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6일 오전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 신화테크노밸리 내에서 마사나이(MASANI)박승규(왼쪽부터) 대표, 손창만 디자인 팀장, 김정구 이사가 자신들이 디자인한 모자를 쓰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마사나이’ 구성원을 소개해달라.

    △저희는 2019년 설립한 가구회사인 커파하우스(CUPPA HOUSE) 대표와 직원들이다. 박승규(32) 대표는 가포고 출신에 영국 코벤트리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고향에 쉬러왔다가 나사와 접착제 없이 조립할 수 있는 가구를 개발한 것이 상을 받으면서 창업했다. 20년간 신마산에 살았던 손창만(32) 디자인 팀장은 부산에서 공부하고 카페 브랜드·인테리어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10년 넘게 디자인 작업을 해오고 있다. 가포 출생인 김정구(32) 이사는 건축가로, 고등학교 때부터 미국 유학생활을 시작해 프렛 학사, 콜럼비아대 석사를 졸업한 이후 지난해 9월 마산에 돌아와 커파하우스에 합류했다. 셋은 서로 초·중학교 동창들이다.

    -‘마사나이’의 시작이 궁금하다.

    △올해 초 유명 도넛전문점과 한 캠핑브랜드가 진행한 협업 제품을 우연히 보면서 시작됐다. 거친 공업지역의 느낌과 예스런 느낌, 힙한 분위기가 살아있는 미국 뉴욕 브루클린 지명을 캠핑브랜드 이름에 넣었는데 우리나라에서 론칭한 회사인 걸 안 거다. 처음에는 농담삼아 ‘뉴욕 브루클린, 파리, 런던은 한국 브랜드 이름에도 다 붙이는데 왜 마산은 안 붙이나, 그럼 우리가 한 번 붙여볼까?’ 하던 것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



    마사나이(MASANAI)가 기획제작한 제품들./마사나이/
    마사나이(MASANAI)가 기획제작한 제품들./마사나이/

    -마산이 브랜드로 키우기에 매력적이었나.

    △마산은 출신 예술가도 많고, 마산자유무역지역에서 이뤄낸 수출 성과, 가장 흥했던 시절 명동 못지 않았던 창동 등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많고 이야기가 넘치는 도시라고 생각한다. 마산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정작 타인이 마산을 비난하면 발끈하는 성향, 어디 가서 꼭 ‘마산사람’이라 하는 습관, 사투리까지도 재미나게 풀 수 있다고 봤다. 본업인 커파하우스가 세상에 없었던 걸 내놓자는 철학을 갖고 가구들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미지가 잘 정립된 해외 지명을 갖고와 쉽게 상업화하기보다 마산에 대한 자부심을 더해 지금은 사라진 마산을 잊지 말자는 뜻을 담아 제품을 만들어나가기로 했다. 이전에도 지자체 등에서 마산을 살리려는 노력, 지원을 해왔다. 그때 만들었던 브랜드나 제품들은 기관이 보여주고 싶은, 귀엽거나 친근해보이려는 목적을 가진 결과물들이 많이 나왔지만 우리는 우리부터 재밌고, 사람들이 많이 공감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코로나 이후 희소가치 담긴 로컬 열풍
    부산 발란사 등 지역 내세운 가게 속속

    마산 고향인 박승규·손창만·김정구 씨
    서울에 지역명 마산 브랜드로 선보여
    “마산문화 녹여내 사람들과 공감
    뉴욕 브루클린 같은 브랜드 도시 만들고파”


    마사나이(MASANAI)가 기획제작한 제품들./마사나이/
    마사나이(MASANAI)가 기획제작한 제품들./마사나이/

    -제품에 들어간 브랜드명·로고의 의미는.

    △마사나이는 계속 마산을 갖고 말장난을 해본 데서 나왔다. 마산 아이들, 마산 사나이, 사투리로 읽으면 마! 사나이가 돼 중의적으로 읽힐 수 있고 입에 잘 붙어 마사나이로 정했다. 로고는 마산 하면 떠오르는 아귀와 마산자유무역지역의 여공이 마산시의 시조였던 괭이갈매기에 앉아있는 것 두 가지다. 7080년대의 대한민국 산업 개발의 주역인 여공의 진취적인 모습을 담아내려 했다. 둘 다 깃발을 들고 있는데, 민주항쟁이 일어났던 곳으로서의 마산을 나타낸다.

    -서울 팝업스토어 반응은 어땠나.

    △마산에서 론칭하면 고객들의 반가움이 덜하고, 우리 지역 제품을 사달라는 연민에 기대는 것이 될 것만 같아 서울에서 첫선을 보이게 됐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브랜드의 다음 단계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마산, 창원이 고향인 분들이 진심으로 좋아해서 뿌듯했다. 희한하게 가족들 중 꼭 한 명은 마산출신이 있기도 하고, 아버지 드리면 기뻐하시겠다며 추가로 사가는 분들도 계셨다. 마산출신의 노브레인 보컬인 이성우씨는 직접 매장에 와서 영상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려주시기도 했다. 외국인들도 흥미롭게 보면서 구매하기도 했다.

    -앞으로 브랜드 확장 방향은.

    △어시장 바이브(분위기) 라인과 코리아 워크웨어(작업복) 등 패션 브랜드로의 전개를 계획하고 있다. 저희만 재밌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더 미쳐봐도(웃음) 되겠구나 생각한다. 모델도 어시장 상인분들을 모시고 촬영하려고 기획 중이고, 시장에서 옷을 잘 입는 분들과도 협업하고, 아구찜 가게에서도 촬영하고 상인분들게 선물도 드리면서 협업하고 싶다. 이번에 론칭한 굿즈들은 사이드로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마산 청년들에 해주고 싶은 말은.

    △일부 마산사람들 기저에는 스스로를 좀 낮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고, 저희도 그랬던 것 같다. 문신미술관이 자주 소풍가던 미술관이니까 크게 여기지 않다가 해외에서 배우고 하다 보니 오히려 문신이 세계적인 아티스트라는 걸 깨닫고 한 것들이 부끄럽기도 하다. 재밌고 흥미로운 곳인 걸 아는 만큼 이제는 저희가 마산을 힙한 동네로 만들어보겠다.

    글·사진=이슬기 기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슬기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