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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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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부울경 메가시티’에서 문화예술의 의미- 손경년(김해문화재단 대표이사)

  • 기사입력 : 2022-04-04 20:2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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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된 지 2년 차가 된 김해시는 ‘공예, 민속예술 분야’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가입했다. 김해시는 앞으로 도예(분청사기)를 중심으로 공예와 민속예술 분야의 전 세계 59개 창의도시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본다. 공예와 민속예술은 우리의 삶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일상의 실천이 뒤따라야 의미가 살아나는 분야이다. 일리치는 성장, 발전, 생산성, 효율성 등이 낳은 자기 및 세계 소외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산업사회 안에서 사람들이 놓치고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반성적 사유를 권고’하고, ‘공생은 단순히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것 이상의 의미로 다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시민들의 선택과 노력을 말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시민들과 손을 맞잡고 만들어가는 법정문화도시나 유네스코 창의도시는 단순히 ‘프로젝트를 위한 프로젝트’가 아닌, 일리치의 주장과 맞닿아 있는, 개인의 존엄과 시민 주체성을 우선하면서 김해라는 도시의 삶이 행복으로 향해가는 것임을 분명히 한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를 받은 인수위 대변인실에서는 ‘앞으로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철학과 공약을 반영한 지역균형발전 국정과제를 선정하고 그에 따른 이행계획을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동안 지역에서는 지방소멸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을 결과 여부를 떠나 늘 제시해 왔다. 예컨대 2018년 ‘경남의 동남권 대도시, 중도시, 소도시, 농산어촌 등을 모두 연계, 영남권, 남중권에 이르기까지 유연한 광역권을 형성해 수도권 1극 체제의 극복’을 위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을 타개할 수 있는 지역 전략의 하나로 경남·부산·울산(이하 부울경) 메가시티가 제안돼 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약 800만명의 인구를 가진 부울경은 모든 도시와의 접근성이 좋은 서울과 달리, 도시와 도시 간의 물리적 접근이 쉽지 않다. 따라서 앞으로 1시간 거리로 접근이 가능한 광역교통체계가 구축된다면 부울경 지역민들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또 단단한 재정 기반을 갖추고 있지 못한 시군구가 협력적 광역경제권과 의·식·주와 역사, 문화, 예술 공동체를 구현하게 된다면, 이 또한 지역균형발전 및 지역분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내년에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를 목표로 경남과 부산, 울산은 부울경 합동추진단의 구성·운영에 합의, 한시 기구로 승인을 받은 터라 올 7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김해시, 창원시, 양산시 등은 도시가 가진 강점을 중심으로 부울경 광역특별연합 활동에 최적의 도시임을 제시하면서 연합사무소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물론 부울경 메가시티가 지역균형발전과 삶의 안전망에 도움이 될지 혹은 아닐지에 대해 속단하기 어렵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넘어서서, 지역을 묶어 규모를 갖춘 삶터의 재구성은 필요하다고 생각되지만, 동시에 섣부른 개발로 인해 공동체가 망가지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부울경 메가시티의 지향은 지역문화 생태계를 유지하고 다양한 삶의 양식, 문화 다양성이 존중되는 성장경로를 필요충분조건으로 고려해야 한다.

    몽테뉴가 이렇게 말했다. “그 무엇도 대담하게 주장하지 않기, 그 무엇도 경박하게 부인하지 않기”라고. ‘대담’과 ‘경박’ 사이는 아주 얇은 막 하나가 있을 뿐, 평범한 사람의 감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브라이언 보이드가 〈이야기의 기원〉에서 ‘문화는 개인과 사회의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하며 ‘예술일반, 구체적으로 스토리텔링도 우리 종의 적응’의 하나이고 ‘문화예술이 인간의 생존과 번식에 명백한 이점’을 준다고 했다. 보다시피 2000년 후의 김해에서 ‘구지가’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번식’시키면서 우리 삶의 축을 지키고 있다.

    손경년(김해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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