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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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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강과 도시문명- 박창근(김해시 하천과장)

  • 기사입력 : 2022-03-28 20: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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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류 최초의 도시는 어디일까? 많은 지리, 역사학자들의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체로 이라크 유프라테스강 유역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견된 유적, 우루크란 고대도시가 유력하다고 한다.

    기원전 3500년경 세워진 도시로 성벽 안쪽 면적이 6㎢로 그 안에 5만명의 인구가 살았다니 실로 엄청난 규모다. 이 지역은 건조지역으로 전염병이 돌지 않았고 위도 30도의 온화한 기후대와 풍부한 수원은 인구밀도를 증가시켰다. 또한 남북으로 흐르는 강은 자연이 만들어준 천연의 상수도 시스템이 되어 충분한 식수 공급이 가능했고 농업 생산량을 늘렸다. 이로 발생한 잉여 생산물은 인류문명을 발전시키는 자양분이 되어 진화를 가속화시켰다.

    내가 살고 있는 김해도 위 도시들과 입지조건이 유사하다. 우리나라 최대 강인 낙동강의 하류, 해상무역이 가능한 활짝 열린 바다, 온화한 기후대, 문명이 태동하고 발전할 충분한 지리적 입지다.

    2000년 전 이곳은 고대 4국의 하나인 가야국이 탄생하고 500여년간 번성을 누렸다. 그런데 지금의 김해는 어떤 모습으로 연상되는가? 강과 연관시켜 보면 번득 떠오르는 게 없다. 김해를 북, 동으로 감싼 37㎞의 낙동강과 남쪽을 감싼 7.4㎞의 서낙강은 김해 전체 둘레의 55%를 차지하지만 변변한 친수시설 하나 없다. 강변을 감싸고 있는 넓은 그린벨트와 우량농경지, 임야가 개발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그럼에도 민선 6기에 들어 친수지역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첨단산업단지를 유치하고, 여가녹지공간을 조성하는 등 수변자원 확충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무척 고무적이라 하겠다. 김해를 감싼 43.4㎞의 강, 지금은 철조망 같은 규제로 도시성장을 차단하는 장애물로 남았지만, 머지않은 장래 새로운 성장을 이끄는 기회의 땅이 될 것이 분명하다. 장애물은 피해 가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넘고 가라는 의미도 있듯, 규제를 넘지 못한 성장은 없다고 자문자답 해본다.

    토인비가 ‘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다. 제2의 르네상스 또한 강과 함께 태동할 것이다. 100년 이후를 보고 도시를 디자인하는 긴 안목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다.

    박창근(김해시 하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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