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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다정함의 힘- 강지현(편집부장)

  • 기사입력 : 2022-03-24 20: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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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괜찮니?” 한마디에 상처가 아문다. “힘들지” 한마디에 피로가 씻기고, “잘했어” 한마디에 용기가 솟는다. “밥 먹었니?” 한마디에 마음이 든든해지고 “그랬구나” 한마디에 미움이 녹는다. “고마워” 한마디에 웃음이 싹트고 “사랑해” 한마디에 온기가 돋는다. 진심이 담긴 다정한 말 한마디가 때론 하루를 버티는 힘이 된다. 뇌과학자 정재승은 다정함을 ‘진통제이자 치료제, 비타민이자 영양제’라고 했다.

    ▼요즘 출판계의 키워드는 ‘다정함’이다. 과학서적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리커버판을 낼 정도로 인기다. 올해 초 출간된 ‘다정함의 과학’도 베스트셀러다. 에세이 분야의 다정 바람은 더 뜨겁다. ‘다정소감’, ‘아무런 대가없이 건네는 다정’, ‘나에게 다정해지기로 했습니다’, ‘다정을 지키는 다정’ 등 제목부터 다정하다. 그만큼 우리가 다정함에 목말라있다는 방증이다.

    ▼다정함의 힘은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다정함의 과학’ 원제이기도 한 ‘래빗 이펙트(The Rabbit Effect)’가 그 예다. 미국 로버트 네렘 박사는 토끼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건강의 본질은 식단이나 유전자가 아니라 돌본 사람의 ‘애정’임을 밝혀냈다. 벨라와 데이지의 사례도 있다. 췌장암에 걸린 벨라는 병이 있지만 건강한 삶을 산 반면 의학적으로 건강했던 데이지는 병은 없지만 아픈 삶을 살았다. 이들의 삶을 가른 것도 다정함이었다.

    ▼일상에서 맞닥뜨린 무례함과 가시 돋친 말들은 내상을 남긴다. 끝을 알 수 없는 팬데믹은 우리를 절망과 고독의 극단으로 몰고 간다. 이럴 때일수록 다정함은 더 간절해진다. 다정한 눈빛, 다정한 손길, 다정한 말투가 서로를 치유할 수 있다. ‘다정소감’을 쓴 김혼비는 “내 안에 새겨진 다정한 패턴은 마음의 악력을 만든다”고 했다. 인류의 역사를 보더라도 강한 자가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다정한 것’이 살아남았다. 인간이 가진 최고의 무기, 내 안에 묵혀둔 ‘다정 DNA’를 주저없이 꺼낼 때다.

    강지현(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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