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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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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청량산- 송환빈(센테니얼연구원 원장)

  • 기사입력 : 2022-03-24 19: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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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까지 몇 마리의 산짐승이 오고 갔고, 한줌의 봄바람과 서너줄의 봄볕이 부지런히 봄산을 일궜다.

    토요일을 맞아서 친구와 집 가까이 있는 청량산을 찾는다. 봄비가 오락가락 하였지만 등산하기 좋은 주말이라 등산객이 많을 것을 예상하고 일찍 집을 나섰다. 청량산 밤밭고개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청량산의 가장 북쪽 끄트머리인 숲길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예상대로 등산객으로 초입부터 북적인다. 완만하게 오르는 산길이라 편안하고 힘들지 않다. 폴리우레탄 길을 1㎞가량 걷다가 약수터에서 흙길로 접어든다. 군데군데 편백나무숲과 소나무숲이 무리져 있어서 질리지 않고 기품있는 산길이다. 323m 산 정상까지 1시간 만에 오른다.

    사람이 많은 걸 보니 봄은 봄인가 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의 봄꽃이다. 기온이 올라 15도에 이른다. 친구와 나는 아예 점퍼를 벗어 허리춤에 두르고 산길을 날아가듯이 뛰어서 오른다. 아직은 뛰어오를 수 있고 뛸만 하다.

    정상에 있는 정자에 많은 사람들이 땀을 닦으며 쉬고 있다. 여기저기 운동기구에 매달려 피로에 쌓인 근육을 풀고 있는 사람들 뒤로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서 있는 사람들도 꽤 있다. 오랜만에 얼굴에 땀이 흥건히 배고 흘러 내린다. 겨우내 묵은 체증을 덜어내듯 흐르는 땀이 반가웠다. 제발로 걸어 산길을 치받아오르면서 비오듯 흘리는 땀이라면, 건강하고 ‘살아있음’이다.

    하산길은 조금 내려오다 서쪽으로 꺽인 현동 방향으로 택했다. 이 길은 경사가 급해 조용하고 산길도 아직 낙엽이 수북히 쌓인 채 가을처럼 차분하고 아늑해진다. 이게 바로 청량산의 묘미다. 청량산은 규모는 크지 않아도 계곡을 따라 내려갈 수 있고 계곡을 넘나들며 이쪽저쪽으로 걷는 길이 있어서 심심치 않다. 하산길에는 연꽃, 매화꽃도 볼 수 있다.

    청량산은 언제나 우리를 저버리지 않고 넉넉하고 기품있게 품어 준다. 청량산은 고맙게도, 진달래 피는 날에 다시 오라고 우리한테 초대장을 이미 보냈다고 했다. 아아! 즐거운 봄산, 우리의 마음을 깨끗하게 해주는 청량산이다!

    송환빈(센테니얼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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