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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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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65)

- 땔감, 덥히다, 저의, 돈

  • 기사입력 : 2022-03-16 0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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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셈본 6-2’의 18쪽부터 19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18쪽 첫째 줄에 ‘겨울의 땔감’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옛날에는 추운 겨울뿐만 아니라 하루하루 사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것이 바로 ‘땔감’이라고 했습니다. 배움책에 나오는 것과 같이 밥을 지을 때 국을 끓일 때 뿐만 아니라 곳곳에 이것이 없이는 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이 말을 쓸 일이 없어졌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왜냐하면 ‘연료’라는 한자말을 많이 쓰기 때문입니다. 요즘 우리가 많이 쓰는 ‘연료’라는 말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반가웠습니다.

    이 배움책이 나올 무렵에는 땔감이라는 것이 나무 아니면 숯이었기 때문에 ‘숯’이 나오긴 합니다. 하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도 흔히 말을 할 때 ‘기름’을 ‘땐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기름’도 여러 가지 땔감 가운데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연료’라는 말을 말집(사전)에서 찾아보면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땔감’으로 순화해서 쓰도록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는 ‘땔감’하면 ‘나무’만 떠올리기 쉽고 다른 때는 것들을 가리키는 말을 쓰지 않는 것일까요? 저는 배움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배움책에 ‘땔감’이라는 말을 안 쓰고 ‘연료’라는 말을 쓴 것이 가장 큰 까닭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연료’라는 말을 써야 할 때 꼭 ‘땔감’이라는 말을 써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셋째 줄부터 ‘밥을 짓는 데나 국을 끓일 때나 또 방을 덥히는 데에’라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도 ‘밥’은 ‘짓는다’고 하고 ‘국’은 ‘끓인다’고 하는데 ‘방’은 ‘난방하다’라고 합니다. ‘방을 덥히는 것’을 ‘난방’이라고 하고 ‘방을 덥히는 기계’는 ‘난방기’ 또는 ‘보일러’라고 합니다. 지난 글에 ‘각도재는틀’이라는 말이 나왔었는데 ‘보일러’는 ‘방덥히는틀’이라 할 만하고 더 줄여서 ‘덥힘틀’이라고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새로운 것을 만들거나 새로운 것이 처음 들어 왔을 때 그 이름을 어떻게 지을 것인지 좀 더 깊이 생각했어야 했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면 늦었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으시지만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동식물에 밀려 살기 힘들게 된 우리 토박이 동식물을 지켜주고자 법도 만들고 그렇게 들어온 동식물을 없애는 일에 힘을 쓰듯이 이제부터라도 우리 토박이말을 지키는 법도 만들고 들온말(외래어)도 줄이는 일에 힘을 쓰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19쪽 셋째 줄에 ‘저의 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런 말을 요즘 쓰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낯설고 틀린 말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옛날 배움책에서는 이렇게 썼습니다. 요즘 배움책에서는 ‘자기(自己)’라는 말을 쓰고 있고 또 어른들 가운데는 ‘본인(本人)’이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저의’라는 말을 썼으면 합니다.

    일곱째 줄에 있는 “또 이 땔감은 어디서 오느냐?”라는 월(문장)은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어 반가웠습니다. 여덟째 줄에 ‘하루에 쓰는’도 ‘1일 사용’이라고 하지 않고 쉬운 말을 써서 참 좋았습니다. 열셋째 줄부터 열다섯째 줄까지 ‘밥 짓는’, ‘찌개, 국, 물 끓이는’, ‘생선 굽는’ 말에 이어서 ‘빵 찌는’이 나옵니다. 이 책이 나올 무렵에는 ‘빵’도 ‘쪄서’ 먹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숯’의 무게를 나타내는 하나치(단위)로 ‘돈’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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