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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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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920) 신시경종(愼始敬終)

- 처음을 삼가고 마지막을 경건히 하라

  • 기사입력 : 2022-03-15 08: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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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인이나 단체나 국가나 간에 같은 사람이 같은 일을 하는데, 처음에는 잘 되는데 끝에 가서는 잘 안 돼 망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처음에는 희망을 갖고서 정신을 바짝 차려 부지런히 성실하게 일을 한다. 얼마 지나면 자만하다가 좀 더 지나면 나태해지고, 그것이 습성이 되면 고칠 수 없게 돼 결국 망한다.

    역대 여러 왕조가 그렇고 기업이 그렇고 개인이 그렇다. 국가의 착취에 반기를 들고 일어났던 명(明)나라 말기의 이자성(李自成)이나 청(淸)나라 말기 태평천국(太平天國)의 홍수전(洪秀全) 등 역대 농민 봉기의 지도자들도 권력의 맛을 어느 정도 보면, 타도대상으로 삼았던 통치집단의 타락한 행위를 그대로 닮아갔다가 망했다. 문 대통령과 그 집단들도 군사정권에 저항했던 사람들인데, 군사정권보다 훨씬 더 부패했고, 원칙도 없고, 거짓말을 마음대로 했다. 오늘날 초대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의 취임사를 다 볼 수 있다. 모두가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해서 일하겠다는 희망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그 가운데서도 문 대통령의 취임사가 가장 아름다운 문장으로 돼 있다. 취임사대로 다 실천한 대통령은 없지만, 실천율이 가장 낮은 대통령이 문 대통령이다. 지금 윤석열(尹錫悅) 당선자가 대통령에 당선된 데는 문 대통령의 거짓말이 큰 역할을 했다. 그를 검찰총장으로 특별 발탁하면서 “살아 있는 권력에도 칼을 들어대라”라고 했다. 그 말은 거짓말인데, 윤당선자가 참말인 줄 알고 칼을 겨누니까, 문 대통령은 그를 쫓아내려고 온갖 부당한 방법으로 괴롭혔다. 그런 과정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크게 받은 윤 당선자가 1년 만에 반대당의 후보가 돼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지금 당선자 곁에는 많은 사람들이 한 자리 하겠다고 몰려들 것이다. 대통령이 되면 5000여 자리에 사람을 임명한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잘 쓰는 것이다. 사람을 잘 쓰려면 사람을 잘 알아보아야 한다. 또 처음 먹은 마음을 끝까지 밀고 가야 한다. 마음이 풀어지거나 게을러지면 곧 바로 문제가 생긴다. 지금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많다. 국론은 분열돼 있고 야당이 될 민주당은 국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의 힘은 110석 남짓한 의석뿐인데도 시장 도지사로 나가겠다는 의원이 한둘이 아니다.

    북한은 자주 핵무기를 발사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과의 외교관계는 망가져 있다. 국제적으로 원유 값 폭등, 원자재값 상승, 환율 상승 등등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또 코로나는 극성을 부리고 있다. 아무튼 문 대통령이 무너뜨린 헌정질서와 도덕성을 회복하고 경제도 일으켜야 하니 그 책임이 막중하다. 처음도 잘 해야 하겠지만 마지막까지 잘 해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정한 기준으로 판단해서 최선을 다해서 처리해 나가면 된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처음을 삼가고 마지막을 경건히 하면, 끝내 곤란하지 않을 것이다.〈愼始而敬終, 終以不困〉”라는 구절이 있다.

    *愼: 삼갈 신. *始: 비롯할 시.

    *敬: 공경할 경. *終: 마칠 종.

    동방한학연구원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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