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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창원에서 시작되는 디지털 철기시대- 류효종(창원시 스마트혁신산업국장)

  • 기사입력 : 2022-02-21 20:3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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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에 필자는 ‘창원에서 시작되는 디지털 철기시대’라는 주제로 국책연구원, 대학생, 기업인을 대상으로 자주 강연을 한다. 급변하는 4차산업 혁명 시대에 고대역사에서나 등장하는 철기시대를 운운하는 것은 다소 진부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철을 논하지 않고서는 창원의 산업과 가치를 알기는 쉽지 않다.

    창원이 세계사에 처음 등장하는 시기는 3세기경으로, 삼한시대 변한이라는 이름으로 철과 함께 시작됐다. 중국 서진시대 진수(233~297)의 삼국지 위지동이전에 변한에서 생산된 철이 한, 예, 왜, 낙랑, 대방으로 수출됐다는 것이 그 첫 기록이다. 이후 세종 20년 경상도 채방별감으로 있던 장영실이 창원에서 동과 철을 제련했다는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한 줄 언급되고 있을 뿐 창원 철의 실체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1974년 창원국가산업단지를 개발하면서 성산패총이 발견됐고, 이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초기 철기시대 유적인 야철지가 발견되면서 창원의 철기문화는 2000년 동안 이어오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후 창원은 지금까지 철을 소재로 해 대한민국 최고의 기계산업도시로 명성을 얻고 있다. 실제 대부분의 창원 중소기업은 철을 가공하는 공작기계 몇 대씩은 보유하고 있다. 이 공작기계에서 가공되는 금속 부품의 상당수는 엔진에 장착된다. 창원의 철은 2000년의 진화를 거듭해 마침내 엔진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엔진은 화석연료에 의해 작동한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탄소중립 때문에 엔진을 더는 생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엔진도시로 유명한 미국 디트로이트시가 2013년에 미국 최대 파산도시가 된 것은 남의 일이 아니다.

    이제는 기존의 강하기만 한 창원의 철에 디지털을 입혀야 한다. 현재 일부 중소기업은 금속부품에 구멍을 뚫고 센서를 장착해 진동과 열을 인공지능으로 측정해 고장을 예지하는 제조AI 사업을 창원시 지원으로 진행 중이다. 엔진으로 구동되는 내연기관차의 친환경차 전환을 위한 미래차전환센터도 오는 5월에 준공 예정이다. 강하기만 하면 살아남은 철의 수명은 2000년으로 끝이 나고 있다. 이제 창원의 철은 강함을 넘어 데이터가 쏟아지는 디지털 기반의 철로 바뀌고 있다. 이것이 창원에서 시작되는 디지털 철기시대이다.

    류효종(창원시 스마트혁신산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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