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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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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64)

- 높이, 추녀, 재는틀

  • 기사입력 : 2022-02-16 08: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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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셈본 6-2’의 10쪽부터 11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10쪽 첫째 줄에 ‘높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요즘에도 잘 쓰는 말이지만 말의 짜임을 알아보면 새로운 말을 만들 때 쓸 수 있어서 한 말씀을 드립니다. 이 말은 ‘높+이’의 짜임으로 ‘높다’의 줄기 ‘높’에 이름씨를 만드는 뒷가지 ‘이’를 더해 만든 말입니다. 같은 짜임으로 된 말에 ‘길이’, ‘깊이’, ‘넓이’ 들이 있지요. 서로 맞서는 ‘높다-낮다’에서 ‘높이’가 나왔고, ‘길다-짧다’에서 ‘길이’가 나왔으며 ‘넓다-좁다’에서 ‘넓이’가 나온 것처럼 ‘멀다-가깝다’에서 ‘멀이’라는 말을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셋째 줄에 ‘추녀’라는 말이 나옵니다. 아시다시피 ‘추녀’는 ‘네모지고 끝이 번쩍 들린, 처마의 네 귀에 있는 큰 서까래. 또는 그 곳의 처마’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요즘 이렇게 지은 집을 보기가 쉽지 않으니까 이런 말도 쓸 일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좀 쉽게 풀이를 해 준다면 절에 가 보면 작은 ‘쇠북(종)’이 달려 있는 곳이 ‘추녀’라고 말해 주면 얼른 알아차리지 싶습니다.

    넷째 줄에 있는 ‘물매’는 지난 글에서 알려 드렸기에 잘 아실 거라 믿습니다. 다섯째 줄에 있는 ‘교사’는 요즘 잘 안 쓰는 말인데 옆에 한자를 밝혀 놓지 않아서 똑똑하게 알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이 말은 ‘학교 교(校)’와 ‘집 사(舍)’로 이루어진 한자말로 ‘학교 건물’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배움책을 만든 분들이 같은 뜻으로 옛날에는 ‘?집’이라고 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 말을 썼을 것이고 요즘 우리도 ‘학집’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마지막 두 줄에 “어떻게서 알게 되는가 위 그림을 보고 생각하여 보자”라는 월(문장)은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습니다. 그 가운데 ‘어떻게서’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말은 ‘어떻게 해서’라는 뜻인데 그걸 줄여서 ‘어떻게서’라고 한 것이고 또 그런 말을 그 때 두루 썼는지 좀 더 알아보아야겠습니다.

    11쪽 둘째 줄에 ‘지붕의 빗면을 그대로 뻗친 금’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요즘 책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풀이라서 반가웠습니다. 요즘 책이었다면 아마 ‘지붕의 연장선’이라고 했지 싶은데 아이들 쪽에서 보면 ‘지붕의 빗면을 그대로 뻗친 금’이 훨씬 쉽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일곱째 줄에 ‘분도기’가 나옵니다. 요즘에는 ‘각도기’라고 쓰는데 ‘각도기’를 옛날 배움책에서는 ‘분도기’라고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밑에서 둘째 줄에는 ‘각도재는틀’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각도측정기’라고 하지 않아서 참 좋았고 이런 짜임으로 새로운 말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이렇게 옛날 배움책에 나오는 말들을 보면서 아이들을 생각했을 때 좀 더 쉬운 말이 어떤 말인지 거듭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곧 배움가지(교과)마다 새로운 갈배움길(교육과정)을 마련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인데 그 일을 하시는 분들이 옛날 배움책에서 썼던 토박이말 바탕의 쉬운 갈말(학술용어)을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쪽으로 일을 하게 부추기는 일에 마음을 모았으면 합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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