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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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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국보- 주재옥(편집부 기자)

  • 기사입력 : 2022-02-15 20:4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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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35년 한 문화재 수집가 앞에 옥색이 돋보이는 고려청자가 놓였다. 소유자가 제시한 가격은 2만원. 당시 서울 기와집 20채를 살 수 있는 거금이었다. 매입 후 구매가의 2배에 사겠다는 일본 골동품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는 “이 보다 더 좋은 명품을 가져오면 본전에 드리겠소”라며 거절했다. 이 청자는 국보 제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으로, 간송 전형필의 혜안이 있었기에 문화유산으로 보전될 수 있었다.

    ▼간송 전형필(1906~1962)은 1938년 문화재 수장고인 보화각을 설립했다. 보화각은 지금의 간송미술관으로 국내 최초의 사립 미술관이다. 보화각은 간송의 스승 오세창 선생이 ‘빛나는 보물을 모아둔 집’이라는 의미로 지었다. 간송이 전 재산을 쏟아부어 일본으로부터 지켜낸 국가지정문화재는 48건. 겸재 정선, 추사 김정희, 단원 김홍도의 그림 등 국보급 미술품이 5000여점에 달한다.

    ▼간송미술관이 최근 경매에 국보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과 금동삼존불감 2점을 내놨으나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간송 일가는 3대에 걸쳐 수집품을 지켜왔지만, 재정난을 이유로 문화재 매각을 추진해왔다. 2년 전 보물 금동여래입상과 금동보살입상을 매물로 올렸지만 나서는 이가 없어 국립중앙박물관이 30억원에 사들였다. 이를 두고 ‘문화재를 사고파는 일이 옳은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문화재가 국내 경매시장에 등장한 적은 있지만 국보는 처음이다. ‘간송’이기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2012년 보물 서화첩 ‘퇴우이선생진적첩’을 시작으로 문화재 경매가 꾸준히 진행됐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5년간 문화재 28건이 거래됐으며, 이중 19건은 경매시장을 거쳤다. 간송미술관이 문화재를 지키려고 국보를 파는 상황이 이번만으로 그치게 될까. 국보는 역사의 징표다. 간송의 문화보국(文化保國·문화로 나라를 지킨다) 정신이 빛바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주재옥(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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