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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야그(YAG)’를 좋아하세요- 박영조(한국재료연구원 엔지니어링세라믹연구실 책임연구원)

  • 기사입력 : 2022-02-13 20: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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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필자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는 ‘야그(YAG)’다. 여러분에게 이 물질의 이름이 아주 생소할 테지만 필자와 같은 층에서 일하는 연구자 중에서도 야그를 모르는 이가 분명 있을 거다. ‘야그’라는 단어 자체를 모르는데 이를 좋아하는지 물어본다면 좀 생뚱맞겠지만, 마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고 질문받았을 때 폴이 느꼈던 설렘까지는 아니더라도, ‘이건 뭐지?’하는 환기 정도는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사실 대부분의 현대인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야그와 삶의 대부분을 함께하고 있다. 거의 온종일 이를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잠시라도 시야에서 벗어나면 매우 불안해할 것 같다. 눈치를 챘겠지만, 야그는 바로 스마트폰의 어딘가에 사용되고 있는 소재이다. 지금 즉시 자신의 스마트폰 뒷면을 관찰해보라. 카메라의 플래시가 무슨 색깔로 보이는가? 백발백중 노르스름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 노란 물질의 정체가 바로 ‘야그’다. 산책길의 가로등을 유심히 관찰했을 때, 전구나 형광등 대신에 노란색의 작은 사각형이 배열된 구조를 발견했다면 이 역시 스마트폰 카메라 플래시의 그것과 동일한 ‘야그’이다.

    야그의 정식 명칭은 ‘이트륨 알루미늄 가넷(yttrium aluminum garnet)’이다. 재료공학자에게 이미 오래 전부터 잘 알려진 세라믹의 한 종류이지만, 우리 인간들이 별로 사용할 일이 없었던 오랫동안 홀대받던 물질이기도 하다. 그러던 것이 백열등과 형광등을 대체한 LED 조명의 개발과 더불어 그야말로 빛을 발하는 존재가 된 거다. 야그의 모체에 희토류 원소를 도핑하면 특정한 외부 자극에서 특정 색깔의 빛을 방출하는 형광체가 된다. 가장 유명한 것이 세륨(Cerium)을 도핑했을 때의 노란색 발광이다. 그냥 자연 상태에서 햇볕에 노출되기만 해도 노란색을 띠는데, 특히 파란색 빛을 조사하면 더욱 선명한 노란색을 발광한다.

    흔히 조명이라고 하면, 일단 백색이어야 우리 일상 속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이는 태양 빛이 백색이기 때문에 이에 적응해온 우리 인간의 눈이 백색 조명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200만년 전, 불을 사용하기 시작한 호모에렉투스가 1879년에서야 전기에 의해 작동하는 백열등을 조명으로 이용하기 시작했고, 그야말로 불과 최근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2000년대에 이르러서야 카메라 플래시, 그리고 사무실과 집 안을 밝히는 LED 조명이 개발됐다. LED 조명의 구조는 의외로 아주 간단하다. 파란색 빛을 발광하는 다이오드 위에 치약 같은 페이스트 형태로 만든 야그 형광체를 코팅한 게 바로 그것이다. 전기를 인가하면 다이오드에서 파란색이, 야그에서는 노란색이 각각 나오는데, 이 두 빛이 합쳐져 백색의 빛을 만든다. 즉, 태양 빛은 빨주노초파남보의 연속적인 스펙트럼이지만, LED 조명의 빛은 파란색과 노란색의 다소 간단한 조합인 것이다.

    야그의 미래에 유망한 사용처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산업의 쌀 또는 비타민이라 불리는 반도체와 관련이 있다. 반도체를 만드는 여러 단계의 플라즈마 공정에서는 불량을 일으키는 티끌의 발생을 피해야 한다. 그런데 야그는 플라즈마에 노출돼도 잘 식각되지 않는 안정적 특성이 있어, 오염 입자의 발생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조명용 야그가 양지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면, 반도체용 야그는 눈에 띄지 않는 장비 내부의 깊숙한 음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야그’를 좋아해 주세요!

    박영조(한국재료연구원 엔지니어링세라믹연구실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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