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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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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후루룩 라면- 유행두

  • 기사입력 : 2022-02-03 08: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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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들꼬들한 生, 뜨거울 때 후루룩

    들이켜 봤니?

    아! 코로 훌쩍 넘어온 국물에

    매워서 울어 봤니?

    콧구멍 얼얼하게 설움 당해봤니?

    매운 골목을 지나오면서

    목젖 찢어져 봤니?

    끓어 넘친 생각을 말리는 동안

    가슴 막혀 본 적 있니?

    아! 으악새 슬피 우울~던 가을처럼

    뻘겋게 입천장 데어 봤니?

    뜨거운 라면 국물 후루룩 삼키자마자

    공사판을 짊어져야 했던 가장, 혹시 못 봤니?

    구부정한 허리 다독거리며 공사장 헤매던

    그 사람 정말 못 봤니? 못 봤어?


    ☞ 그래서, 라면 하나 먹는 일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우리 일상에서도 쉽게 해결될 것 같은 일이 어렵게 꼬이는 경우가 자주 있다. 라면이 목에 걸리고 입천장이 데는 것처럼 생이라는 것, 특히 가난한 사람은 생에는 눈물을 머금을 일이 허다하다.

    ‘꼬들꼬들한 생을 뜨거울 때 후루룩 들이키는’ 것 같은 순간을 우리는 살면서 종종 겪는다.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상의 고통에 ‘콧구멍 얼얼하게 설움을 당하는’ 경우도 맞닥뜨리게 된다. ‘뻘겋게 입천장을 데어’ 본 아픔을 알기에, ‘뜨거운 라면 국물 후루룩 삼키자마자 공사판을 짊어져야 하는 가장’의 상황이 남의 일 같지 않다.

    라면을 급하게 먹으며 느끼는 인생의 매운맛. 공사장을 헤매던 가장에게 라면 하나라도 편히 먹을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 설 연휴에도 어떤 사람의 한 끼가 되었을 라면. 라면 같은 서민들의 삶이 좀 느긋하고 따뜻해지길 바란다.

    김문주(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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