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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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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공존’이 시대정신이어야 한다-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2-01-25 21: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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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대정신은 그 시대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는 보편적 정신 상태나 태도다. 현실 반영이자 곧 나아갈 방향과 비전 제시다. 대통령 선거는 시대정신의 경쟁이다. 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 국민을 설득시키지 못한 채 오로지 당선이 목적인 후보에게서 국가 미래의 비전과 철학을 찾을 수 없다.

    3월 9일 대선이 불과 42일 앞이지만, 국민 가슴에 와닿는 국가 어젠다는 보이지 않는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낡은 정치 청산, 2007년 이명박 후보는 선진 일류국가를 시대정신으로 내걸었다. 2012년 박근혜 후보는 경제민주화, 2017년 문재인 후보는 적폐 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이었다.

    이번 대선 후보들은 ‘전환적 공정 성장’ ‘공정과 상식’ ‘반(反)기득권’ ‘시대교체’ 등을 의제로 내세웠다. 하지만 양극화에 따른 정치·사회적 변화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 때문인지 시대정신으로 뿌리내리지 못했다.

    대신 ‘가족 리스크’나 비리 연루 의혹 등 불미스러운 네거티브가 끊임없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국격을 떨어뜨린 역대 최악의 대선으로 규정됐다.

    후보들은 앞다퉈 말초적 ‘표(票)퓰리즘’ 경쟁에 매몰됐다. 추상적 목표가 난무하고 구체적 실천 방안은 희미하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심쿵 약속’ 등 좋게 말하면 ‘생활밀착형’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거대 담론에 얽매이지 않고, 민생 현안을 세심하게 챙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명분이다. 하지만 엄밀하게는 진영 논리에 따른 유불리를 따지기 어려운 민생형 공약들로 정당·정파색을 희석하는 효과를 노리는 측면이 없지 않다.

    여기에 더해 대통령만 되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과 환상을 국민에게 주입하고 있다. 공약 실행은 후보자 돈으로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국민 세금을 마치 자신의 쌈짓돈처럼 생각한다. 남발한 부실 공약의 마지막 수순은 뻔하다. 선거가 끝나면 애물단지가 되거나 슬그머니 잊히기 마련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과 초고속 노령화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짓누르는 현실은 애써 외면하는 눈치다. 빈부 격차는 심해지고, 지역·계층·세대·진영 간 갈등은 더욱 확대됐다. 이리저리 찢기고 갈라진 나라는 초양극화로 가고 있다.

    경남신문 대선 기획 보도인 ‘경남 민심’ 시리즈만 보더라도 민초들의 아우성이 이만저만 아니다. 지난해 경남 비정규직 노동자는 47만5600명이다. 이는 9년 전인 2012년 29만3200명에 비해 62.2%나 증가한 수치다. 2020년 청년고용률은 35.0%로 17개 시·도 중 15번째로 전국 꼴찌 수준이다. 2015년 3655명이던 청년 순 유출 규모는 2020년 1만8919명으로 5년 새 무려 5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경남 소비자 물가는 10년 만에 최대 폭인 3.7% 상승했다. 밀양시를 포함해 도내 11개 시군은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소멸위험 지역이다.

    변방으로 내몰린 지방의 삶은 팍팍하다.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총인구의 절반 넘게 몰린 기형적 일극 체제다. 대통령마저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라며 불가항력을 토로했다. 일자리를 찾는 청년은 오늘도 서울행 보따리를 싼다. 새로운 성장과 공정한 분배의 선순환을 통한 불균형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 지방의 피폐는 국가 존립마저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양극화 해소를 통한 공존이 시대정신이어야 한다. 대선이 골든타임이다.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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