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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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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증상장애] 답답하기만 한 원인 모를 고통… 걱정 없애야, 증상 없앤다

말 못할 감정 표현·갈등 등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
성기능장애·두통·복통·변비·불규칙한 월경 등
검사상 아무런 이상 없지만 지속적인 증상 호소

  • 기사입력 : 2022-01-23 20:5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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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과의 잦은 갈등, 끝이 없는 집 안 일에 손녀 양육까지. 스트레스가 많은 55세 가정주부 김모씨는 기운이 없고, 소화도 잘 되지 않고,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할 때가 많다. 한 번씩 우측 옆구리가 결리는 느낌이나 혀 뒤 끝에 가시 같은 것이 걸려 있는 듯한 느낌이 들고, 불안한 기분이 드는 등 여러 증상이 무려 십여 년 간 지속돼 왔다. 증상들의 원인을 알고 싶어 이 병원, 저 병원을 옮겨 다니며 각종 검사를 받아 보았지만 결과는 모두 정상. 남편은 검사결과도 다 정상인데 당신은 왜 매일 아프다고 징징거리냐며 짜증을 내고, 김 씨는 병원에 다녀와도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해 마음만 더 답답해졌다. 창원파티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병국 과장의 도움을 받아 신체증상장애에 대해 알아본다.


    ◇신체증상장애= 신체증상장애는 정신적인 갈등이 신체적 증상으로 표현되어 나타나는 장애로, 정신적, 사회적 스트레스나 갈등이 신체 곳곳에서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이 이러한 신체화 현상을 잘 표현한 예다. 내적인 불만이 일상적인 정신방어기제로 통제되지 않아서 전환반응이나 신체화 기전을 통해 신체증상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김씨의 경우처럼 각종 검사를 받아보아도 아무런 이상이 없지만 본인은 아프고 힘들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변에서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꾀병으로 치부해 버려 몸과 마음이 더 힘들어지는 질환이기도 하다.

    공황장애, 우울장애와 같은 질병은 매체를 통해 흔히 접하게 되는 데 비해 ‘신체증상장애’라는 질환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거의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아주 많은 분들이 경험하고 있는 질환이다. 환자들이 병에 대해 생소할 뿐더러 마음이 아픈 걸 모르고 몸이 계속 아프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보다는 증상에 관련된 진료과로 내원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검사를 많이 하게 되고 환자는 증상의 원인을 알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의사에 대해서도 과도하게 기대를 한다거나 오히려 불신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로 인해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원만치 못해 치료가 중단되기도 하며, 결국 여러 병원이나 의사를 찾아 전전하는 이른바 ‘닥터 쇼핑(doctor shopping)’을 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은= 신체증상장애는 모든 장기에 걸쳐 다양한 신체반응이 나타나는데, 가장 많은 것은 신경계 증상, 위장과 심폐, 여성생식기의 기능장애 등이다. 두통, 어지러움, 졸도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구역질이나 복통, 변비를 호소하기도 하며, 성기능장애, 불규칙한 월경, 근골격계 통증 등이 흔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환자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증상들의 기질적 원인을 찾기가 어렵고, 증상을 표현하는 데 있어 일관성이 부족하거나, 다소 과장하여 표현하기도 한다. 때문에 주변에서는 환자의 만성화된 증상 호소에 반응도 무뎌지게 되고, ‘검사 상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듣고 꾀병으로 치부하거나 아픔에 대해 공감하지 못해 핀잔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상황에서 신체적인 증상은 더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원인은= 신체증상장애는 왜 나타나는 걸까? 마음 속 불안, 갈등을 겉으로 잘 표현하면 걸리지 않을까? 신체증상장애 환자들은 생물학적으로 신체 감각에 대한 주의력과 인지에 장애가 있다고 한다. 부정적인 사건이 뇌에서 인지적으로 처리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정신 역동적으로 접근해보면 신체증상은 대화의 한 수단으로 간주된다. 말 못할 감정의 표현, 책임의 회피, 갈등의 상징화 등의 수단으로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행동 이론적 측면에서는 부모의 양육 방식에 의해 신체 증상에 집착하도록 길들여지거나, 주의 사람들로부터 학습한 것들에 의해서도 신체 불편감을 갖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 밖에 문화적, 사회적, 인종적 요인들도 신체증상장애의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문화적 요인을 빼놓을 수 없는데, 요즘은 시대가 많이 바뀌긴 했지만 우리나라 문화 자체가 힘들고 어려운 것이 있어도 밖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꾹 참고 견디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고, 또 그렇게 강요받는 경우도 많았다. 실제로 서구문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쉽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고, 말보다는 행동으로, 신체적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강해 이러한 신체증상장애가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실제로 감정을 인식하거나 언어적으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보이는 감정표현 불능증이라는 것도 있다.

    ◇진단은= 신체증상장애는 하나 이상의 신체증상을 호소하며, 증상 때문에 일상생활이 지속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경우 진단할 수 있다. 또 신체증상이나 관련한 건강문제에 대해 지나친 생각과 불안이 6개월 이상 지속됐는지, 건강염려증에 바친 시간과 에너지가 과도한지 여러 가지를 체크하여 진단한다. 진단을 받았다 하더라도 환자가 이 질환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지속적으로 재진단과 치료를 요구하며 증상의 호전, 악화를 반복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치료는= 신체증상장애는 발병 시 만성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초기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며, 실제 신체질환일 가능성도 무시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꼼꼼히 검진을 받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환자는 의사 한 사람에게 정기적으로 일관성 있게 치료받는 것이 좋으며, 의사는 환자가 자신의 증상이 기질적인 것이 아닌 정신 혹은 심리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정확한 진단과 함께 인지행동치료 및 정신치료, 약물치료 등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증상이 완화되고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질환이므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가능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거나 그 외에도 심리적 불안과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는 과도한 음주, 흡연, 비만 등의 건강 위험 요소를 차단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만들어 가는 것도 중요하다.

    김진호 기자 kimjh@knnews.co.kr

    도움말= 창원파티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병국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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