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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5월 1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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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기자의 판읽기 (10) 지적장애인 노동착취 창녕 부부 1심 판결

“순응하는 장애인 태도 악용해 장기간 신체·정신적 학대”

  • 기사입력 : 2022-01-23 20: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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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사회의 그늘진 곳을 살피고,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건 사회구성원 모두의 일입니다. 특히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입법·사법·행정 3부, 이들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언론, 그리고 넓게는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 개개인의 몫이기도 하겠지요.

    그늘진 곳을 살피고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일, 그러나 참 쉽지가 않은 일입니다. 법을 만드는 곳도, 집행하는 곳도, 심판하는 곳도, 이들을 감시하는 곳도, 개개인도.

    도 기자의 열 번째 판읽기(판결문 읽어주는 기자)에서 소개해드릴 판결문에는 절망과 실망, 희망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그늘진 곳을 살피고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일과 관련되어서 말이지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악(惡)할 수 있나” 절망하고, “어떻게 이걸 몰랐을 수 있나” 실망하고,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내려져 희망을 볼 수 있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절망과 실망, 희망 함께 보시겠습니까?


    ◇지적 장애인 10년 넘게 과수원서 노동 착취하는 것도 모자라

    8년 전인 지난 2014년. 전남 신안군 신의도 염전에서 지적장애인을 감금하고 강제로 노동을 시켜온 일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었던 적 기억나시나요? 전국이 떠들썩했었습니다. 재발을 막자는 차원에서 장애인 불법고용 실태조사가 이뤄지기도 했었습니다.

    그때뿐이었습니다.

    지난 2017년엔 합천에서 축사 업주가 7년간 50대 지적장애인을 상습 폭행하고 임금을 착취했고요, 그해 김해에선 비닐쇼핑백 제조공장 업주가 15년간 50대 지적장애인을 중노동시키고 억대 임금을 떼먹었습니다. 그 다음 해에는 거제에서 한 선박 소유자가 8년간 50대 지적장애인에게 노동을 강요하고 임금을 주지 않았군요.

    2020년엔 더 충격적인 일이 있었습니다. 19년 동안 지적장애인을 유인해 노동을 강요하고 임금을 착취한 통영의 양식장 업주 이야기입니다. 피해자는 17살부터 노동력과 임금 착취뿐만 아니라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당했고, 화장실도 없는 컨테이너에서 감금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며 시달렸습니다. 이뿐이었을까요. 양식장을 뛰쳐나와 거제의 정치망 어장에 갔는데 여기서도 최저임금도 안 되는 돈을 받고 폭행도 당했습니다.

    오늘 독자 여러분들에게 알려드릴 사건도 지적 장애인 노동 착취 이야기입니다.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 형사1단독 맹준영 부장판사는 횡령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65)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고 지난 21일 밝혔습니다. 또 B(61)씨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400시간을 명령했습니다.

    A씨와 B씨는 창녕에서 감 과수원을 운영하는 부부입니다.

    이 부부는 지난 2009년 1월 말에 당시 38살인 C씨를 데려와 자신의 집에서 지내게 하고, 과수원 일을 시켰습니다. 중증 지적장애인인 C씨는 이들을 ‘주인집 아저씨’, ‘주인집 아주머니’라고 지칭했고요. 실제로 이들 부부는 C씨 여동생의 시부모라고 하는군요.

    판결문 속 범죄사실에 따르면 A씨 부부는 사돈인 C씨를 데려오자마자 부려먹고 돈을 주지 않은 것도 모자라 빼앗기까지 했습니다. C씨를 데려온 며칠 뒤인 2009년 2월 2일 부부는 C씨의 통장에서 100만원을 B씨 계좌로 이체합니다. 범행은 이날을 시작으로 2020년 12월 중순까지 총 92번에 걸쳐서 이뤄졌습니다. 이렇게 빼돌린 돈만 8089만원에 이르는데, 생활비, 보험료, 카드대금, 계금 등으로 사용했군요.

    11년 가까운 시간 이뤄진 범행, 왜 아무도 몰랐을까요? A씨 부부 주변의 그 누구도 이상하다고 여기지 못했을까요? 불법 고용뿐만 아니라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수당이 제대로 잘 지급되고 있는지 확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까요? 여러 물음표와 함께 절망과 실망이 따라옵니다.

    2009년 사돈 사이 중증 지적장애인 데려와
    11년간 임금 제대로 주지 않고 부려먹어
    남편 징역 4년·아내 집행유예 4년 선고

    오히려 장애인연금 등 8000여만원 빼앗아
    전기료 이유 전기장판도 사용 못하게 해
    법정서 “추웠어요” 반복하며 울먹이기도

    재판장 “노동 대가에 못미치는 돈 공탁은
    범행 참회 진지한 노력으로 보기 어려워”

    ◇“추웠어요”

    이들을 불구속 기소시킨 검사는 재판부에 각각 징역 3년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범행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이나 합의를 위한 노력을 한 점 등을 반영해 양형기준을 살펴보고 이 정도를 구형하지 않았나 짐작해봅니다.

    제가 아는 한 변호사에게 물어보니,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반성의 모습을 보이는 경우 일반적으로 검사의 구형보다 낮은 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들 부부의 실제 판결문에도 유리한 정상으로 범행을 깊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피해자의 피해에 대해 일부나마 피해 회복이 이루어진 점, 피고인 A씨에게 약 40년 전 경미한 벌금형을 선고받은 외에 달리 처벌전력이 없고, 피고인 B씨는 범죄전력 없는 초범인 점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명시했고요.

    그런데 맹준영 부장판사는 A씨에게 검찰 구형보다 더 높은 형인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바로 구속했습니다. 부부인데다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점으로 짐작되는 이유로 B씨에게는 집행유예가 내려졌고요.

    맹 부장판사는 직권으로 피해자 C씨를 신문(訊問)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하며 아래와 같은 양형 이유를 밝혔는데요. 이 대목을 통해서 저는 그늘진 곳을 살피고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그것이 얼마나 숭고하고 존엄한 일인지, 그리고 희망인지를 독자 여러분들께 전하고 싶었습니다. 맹 부장판사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양형 이유 좀 길지만 함께 읽어볼까요?

    <피해자는 장애의 정도가 심한 중증의 지적장애를 가진 장애인이다.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 과정에서 피해자는 재판장이나 소송관계인의 질문에 대해 간단한 질문에 대해서도 그 뜻이나 취지 등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있어 보이고, 간단한 일도 잘 기억하지 못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무엇보다도 본인 스스로의 생각이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배려와 따뜻한 보살핌이 절실히 필요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가 피고인들의 주거지에서 지내온 생활환경 역시 매우 열악한 것으로 보인다. (중략) 특히 피해자가 지냈던 공간에는 전기패널 보일러만이 설치돼 난방시설이 그 자체로도 매우 미흡할 뿐만 아니라 그마저도 피고인들 측에서 전기요금이 많이 나온다며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일이 빈번해 피해자는 이불이나 전기장판 만으로 추운 겨울을 지내는 일이 매우 잦았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당시 생활환경 상태에 관한 재판장의 매우 간단한 질문조차도 제대로 이해하여 답변하지 못하면서도, 피해자가 기거하던 주거공간을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자 “추웠어요”라는 말을 계속 반복하면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울먹이기도 했다. (중략)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심한 정신장애로 인해 부당한 처사와 부조리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항의하는 등 의사와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지도 못한 채 피고인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순응하는 태도만을 보이는 점을 악용해 피해자를 상대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게끔 장기간 동안 강요하거나 방치함으로써 학대한 것과 마찬가지로 평가함이 타당하다.(중략)

    피고인들 측에서는 경찰 수사가 개시되자 피해자 앞으로 2021년 1월 8일 채무금액을 2000만원, 2021년 5월 6일 채무금액을 1500만원으로 정한 채무이행 공정증서를 작성해 뒀고, 기소된 이후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앞으로 비로소 3500만원을 공탁했다.

    그러나 위 금액은 피고인들이 10년간 착복해 임의 사용한 피해자의 장애인연금, 기초생계급여 등의 합계액인 약 8000만원에조차도 크게 미치지 못한 금액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약 10년이라는 장기간 동안 피고인들에게 무상으로 노동을 제공했다는 사정까지를 고려해 볼 때 위 금액은 피해자가 그간 제공한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대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나아가 각 서류들의 작성 시점과 금액, 공탁 시점 등의 사정을 보태어 볼 때 과연 피고인들이 범행을 참회하면서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하고 용서를 구하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후기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도 기자의 판읽기를 혹시 처음부터 읽으신 독자시라면 눈치채셨을라나요?

    맹 부장판사는 지난 2019년 밀양역 선로노동자 사망사고 1심 판결에서 사업주인 한국철도공사에 산업안전보건법이 규정하는 법정최고형량을 선고한 재판장이기도 합니다. 피해자의 피해회복에 진정성을 보이라는 뜻으로 저는 이해했습니다. 힘세고 뻣뻣한 곳엔 공정한 잣대를 대는 한편 그늘진 곳을 살피고 사회적 약자를 보듬어야 하는 일엔 어김없이 따뜻했던 맹준영 부장판사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저도 그런 신문기자로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함께 담아 도 기자의 열 번째 판읽기 마칩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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