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기고] 세치 혀끝의 말장난- 허만복(전 경남교육삼락회장)

  • 기사입력 : 2022-01-16 20:22:07
  •   

  • 대선 정국이 한참 무르익어 가고 있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후보들의 말이 거칠어지고 격해지고 있다. 말은 세치(약 9㎝)밖에 안되는 혀로써 발성이 되지만 실은 두뇌의 활동인 것이다. 생각이 짧고 지각이 모자란 사람일수록 더 떠벌리는 경향을 일종의 열등 심리라고 한다. 그러나 말을 해야 할 때와 장소에 따라 할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은 그 이상의 어리석음도 없을 것이다. 한번 쏟은 말이 사람의 생사를 가름하고 나라의 존폐를 좌우했었다. 말은 되담지 못하지만 말을 해야 할 때 안하고 접어 둔 말은 두 번 다시 되 찾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 어떤 말을 적절히 하느냐는 판단은 명석한 두뇌의 활동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대선의 모 후보는 장소 불문·주제·대상을 불문하고 청산유수다. 말이 나오면 끝이 없다. 뇌를 거치지 않고 튀어나오는 요설(饒舌)같이 어느 누구도 말리지 못한다. 한밤중 아내의 낙상 사고, 아들의 도박 사건, 여배우와 스캔들 등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재빠르게 참이든 거짓이든 사과하고 하물며 큰절과 눈물까지 흘리며 화려한 말솜씨로 대처를 한다. 하물며 같은 부서에 근무했던 두 사람도 조사를 받다가 운명을 달리했지만 쉽게 손바닥을 뒤집는 것처럼 능청스러운 모습에 세치 밖에 안되는 혀지만 얄미울 때가 많다. 쩍벌남 후보자도 법치와 공정을 전매 특허처럼 앞세우고 있지만, 요즘은 1일 1실언 기능 보유자라고 할 정도로 쓴소리를 하면 “내 말을 곡해했다”고 하니 나는 개떡같이 말해도, 당신은 찰떡같이 알아서 먹으라는 식이다. 두 후보자의 상반된 언동이 유권자에게 많은 영향을 줄 것 같다. 잘못된 말의 해명은 시기와 장소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치가들은 거짓말은 잘 한다고 선거철이 되면 유권자들은 정치가의 말을 십중팔구는 믿지 않으려고 한다. 대국민 공약이 채 잉크가 마르기도 전 어제와 오늘이 바뀌는 세상이기에 보통 정치가들은 검증과 의견 수렴을 안 거치고 내 뱉는다. 말은 해야 할 때와 꼭 해야 할 말만은 한다는 것은 쉬운 것 같으면서 어려운 사고의 활동이다. 흔히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거나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아 말을 아니한 것만 못하는 결과를 가져 올 때도 있다.

    지금까지 대통령들의 공약이 그대로 실행됐다면 아마 일등 선진국이 벌써 됐을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말을 예사로 하고 특히 정치가들은 식은 죽 먹듯이 거짓말을 한다. 말이란 서로 주고 받는 상대가 있어 일방적인 의사 전달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세치 밖에 안되는 혀의 놀림에 많이 속아 살고 있으며 혹자는 이번 대선은 세치 밖에 안되는 혀의 장난에 당락이 좌우될 것이라고 농담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하찮은 미물보다 망각과 혀의 놀림에 잘 속아 넘어간다. 유권자들의 명석한 두뇌로 진위를 가려 올바른 권리를 행사해 사람을 똑똑하나 어리석은 바보라는 소리는 듣지 않아야 할 것이다.

    허만복(전 경남교육삼락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