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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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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에 피워낸 ‘인고의 꽃’

여든다섯 하옥란 작가 첫 개인전

  • 기사입력 : 2022-01-13 08: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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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나이 여든다섯의 늦깎이 화가가 첫 개인전을 열었다.

    하옥란 작가는 창동갤러리에서 오는 23일까지 황혼의 뜨락에서 피어낸 인고의 꽃들을 선보인다. 개인전 리플릿에 “예쁜 옷을 갈아입고 대문 밖을 나서는 소녀의 떨리는 가슴으로 이 자리에 섰다. 어릴 적 자그마한 꿈들이 오늘의 이 시간에 망울망울 아름다운 꽃들로 피었다”고 소감을 적었다.

    일흔일곱에 처음 붓 잡고 그림 배워
    한쪽 눈 안 보이고 몸도 성치않지만
    마음은 이팔청춘, 방엔 그림들 빼곡
    23일까지 창원 창동갤러리서 전시
    “관람객에 따스한 온기 전해졌으면”

    여든다섯 나이에 첫 개인전을 연 하옥란 작가가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여든다섯 나이에 첫 개인전을 연 하옥란 작가가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 작가는 전문가의 개인 교습 없이 복지관, 문화원, 평생교육원 수채화반에서 솜씨를 쌓아왔다. 그는 “2014년 의창복지관에서 처음 붓을 잡았다. 학교 다닐 때 육상, 배구선수를 해서 그림이나 다른 공부할 생각도 못했다. 처음 풍경 수채화를 그려봤는데 사람들이 제법 소질이 있다고 하더라(웃음). 거기서 재미를 느껴 그림을 계속 그리게 됐다”고 말했다.

    여든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그림에 대한 마음은 이팔청춘이다. 홀로 방 한칸에 기거하는 작가는 집에 직접 그린 그림들로 빼곡하다고 했다. 작가는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아 전시는 꿈도 못 꿨다. 창원문성대 평생교육원에서 인연을 맺어 그림을 가르쳐 준 윤형근 화가가 나섰다. 윤 화가는 “몸이 좋지 않아 요양원에 갈 준비를 해야겠다며 수업을 더 듣지 못할 것 같다고 하시더라. 그 말을 듣고 개인전을 꼭 열어드려야겠다 결심했다. 무엇보다 인생의 여정을 화폭에 담아내는 작가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해바라기의 소원’
    하옥란 作 ‘해바라기의 소원’

    꽃과 자연을 담은 그림들이 많다. 공소나 대성당을 담은 작품들도 눈에 띈다. 하 작가는 “형편상 야외에 다니는 게 쉽지 않아 사진을 참고한다. ‘공세리 성당의 설경’ 작품은 성당 캘린더에 있는 그림을 보고 그렸다”고 말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하 작가는 유럽의 성당이나 예수님 등 종교적 색채가 있는 그림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몸이 따라주지 않아 걱정이 크다. 녹내장, 백내장을 모두 앓아 시력이 크게 떨어져 한쪽은 전혀 보이지 않고 나머지도 반 정도만 제기능을 한다고 했다.

    하옥란 작 ‘자옥련’
    하옥란 作 ‘자옥련’
    ‘작약의 약속’
    하옥란 作 ‘작약의 약속’

    하 작가는 “좋은 스승을 만나 염원하던 첫 개인전을 열었다”며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윤형근 화가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림을 보러 오는 관람객들에게 따스한 온기를 전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하 작가는 문수회 회원전과 마산교구 가톨릭미술가협회전, 한국가톨릭미술가협회전에 참가했으며 문수회와 마산교구 가톨릭미술가협회 회원이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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