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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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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2022 현장] ① 창원소방서 신월119안전센터

만삭 산모 태우고 ‘병원 수배’ 1시간… 한겨울에도 ‘진땀 출동’

  • 기사입력 : 2022-01-02 21: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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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급한 순간 가장 먼저 국민에게 달려가는 존재, 생명을 걸고 생명을 구하는 존재. 바로 소방구급대원이다. 시민 가장 가까이서 땀 흘리는 이들의 현장은 어떤 모습일까.

    본지는 신년기획 ‘With 2022 현장’의 첫 주인공으로 환자 이송 최전선에서 매일 전쟁을 치르는 창원소방서 신월119안전센터 소방구급대원들을 만났다. 2022년을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주간 근무 1팀과 4시간, 야간 근무 3팀과 4시간, 총 8시간 동안 일과를 함께 했다. 창원시 성산구와 의창구를 관할하는 창원소방서의 지난해 구급 출동 건수는 총 1만1312건. 이 가운데 신월119안전센터가 3261건으로 전체 출동의 29%를 담당하고 있을 만큼 ‘발에 불이 나는 곳’이다. 특히 신월센터는 창원소방서 12개 센터 중 유일하게 코로나19 확진자를 이송하는 ‘코로나19 전담구급대’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 전담 구급대 8시간 동행
    복통 심해 119 부른 30대 산모
    단 1분 만에 구급차 출동했지만
    받아줄 병원 못찾아 발 동동
    코로나로 응급 의료체계 한계

    환자 이송 끝나자마자 또 출동
    거동 불편 확진자 일사분란 이송
    보호장비 착용해도 늘 감염 위험
    많게는 하루 6~7차례 환자 이송
    “급박한 순간서 생명 살릴 때 보람”

    창원소방서 신월119안전센터 구급대원들이 코로나 확진자를 마산의료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성승건 기자/
    창원소방서 신월119안전센터 구급대원들이 코로나 확진자를 마산의료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성승건 기자/

    #1. 만삭 산모 이송

    “신월센터 구급 출동, 구급 출동! 30대 산모 복통 호소. 구급 출동!”

    2022년을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오후 7시 22분 창원소방서 신월119안전센터. 오후 6시 근무교대 후 저녁 식사와 장비 점검을 마치고 잠시 의자에 기대 숨을 고르던 3팀 소속 구급대원 6명이 사이렌 소리에 벌떡 일어나 구급차 2대에 나눠 탔다. ‘30대 산모, 복통’ 이 두 단어에 대원들의 표정도 더 긴장한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이들이 프린터에서 출력된 출동지령서를 낚아채듯 들고 차에 올라타 방호복까지 갖춰 입고 출동 태세를 갖추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단 20초. 성산구 신월동 토월복합상가 인근 주택가까지 사이렌을 켜고 1분 만에 출동해 산모와 보호자를 만났다.

    “출동은 빨리했는데, 병원이 ‘수배’ 안 되어서 정말 큰일이네요.”

    구급대원들이 이송해야 할 환자는 30대 중반의 만삭 산모. 시시각각 환자와 태아의 상황이 변하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이 산모의 경우 이번이 7번째 출산이라고 귀띔해준 구급대원의 눈빛에는 걱정이 묻어났다.

    주택가에 나란히 선 구급차에서 일사불란하게 내린 대원 중 20년 차 베테랑 정은경 소방위가 곧장 산모의 현재 상태를 확인했고, 나머지 구급대원들은 일제히 휴대전화로 병원 수배에 나섰다.

    “복수가 차서 큰 병원으로 가야 하는데 한마음병원도 안 되고, 창원경상대병원도 안 되고, 삼성창원병원도 안 되고 휴….”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으면 병원들은 격리실을 통해서 환자를 받고 검사를 진행한다. 여기서 확진자가 생기면서 격리실을 소독하는데도 긴 시간이 걸리고 가뜩이나 부족한 격리실은 더 줄어들고 있다. 병원마다 코로나19 환자를 받는 기준도 제각각이다.

    구급대원들이 코로나 확진자를 이송하고 온 뒤 구급차 내부를 소독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구급대원들이 코로나 확진자를 이송하고 온 뒤 구급차 내부를 소독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2. 한계 다다른 의료체계… 발만 동동거리는 구급대원

    이날 출동 현장에서는 환자→보건소→소방구급대원→병원으로 연결되는 의료체계 한계로 구급대원이 겪는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병실이 부족해 병원에선 응급환자를 받을 수 없고, 환자를 이송하는 구급대원은 병원을 찾다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다. 경남을 벗어나 병원을 구하기라도 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채 5~6시간이 지나도 병원 섭외가 안 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었다. 응급환자를 병원까지 신속하고 안전하게 이송하는 일을 하는 구급대원이 갈 병원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기자에게 구급대원 한 명이 다가와 나지막이 말했다. “산모의 현재 상태가 많이 나쁘지는 않네요. 그래도 빨리 병원을 구해야 하는데….”

    오후 8시 1분. 다행히 양산 부산대병원에서 환자를 데려와도 된다는 연락이 왔다. 현장 도착 38분 만에 산모는 구급차를 타고 대원 3명과 함께 출발할 수 있었다. 영상 2도의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씨 속 구급대원들이 페이스 쉴드를 벗고 땀을 훔쳤다.

    오후 8시 7분. 3명이 센터에 복귀했다. 기자도 숨을 돌리며 믹스커피 한잔을 탄 것은 오후 8시 9분. “쓰러짐 환자 발생” 또다시 구급 출동 사이렌이 울렸고 방호복을 벗자마자 구급대원 3명이 다시 방호복을 갈아입고 성산구 사파동 창원시립테니스장으로 출동했다.

    정은경 소방위는 이날 같은 상황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일 반복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수도권이 아닌데도 확진자 급증이 체감된다”며 “열이 37도만 넘어도 병원에서 환자를 안 받아주고 연락하면 오지 말라고 한다. 창원권 인근 병원에서 환자를 안 받아주니 진주, 대구, 통영까지 가는 경우도 있고, 그동안 어디로 데려갈 수 없어 구급차 안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숨 쉬었다.

    3팀에 앞서 주간 근무를 한 1팀의 구급대원들도 바쁘고 험난한 구급활동을 이어갔다.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들에게도 가장 고되다. 이날 오후 2시께 만난 8년 차 구급대원 안성호 소방교는 “매일 출근하면서 ‘오늘은 제발 병원 섭외 잘 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한다”며 “응급환자에게는 1분 1초가 중요한데, 혹여나 병원을 구하지 못할까 출근 전부터 전전긍긍한다. 코로나가 종식돼야 이런 고민도 끝나지 않을까 싶다”고 털어놨다.

    구급대원들이 코로나 확진자를 이송하고 온 뒤 착용한 보호장비들을 폐기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구급대원들이 코로나 확진자를 이송하고 온 뒤 착용한 보호장비들을 폐기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3. “감염 위험 늘 있지만…”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흘 연속 200명대를 기록하고, 창원에서 74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이 날. 신월119안전센터 코로나19 전담구급대원들도 땀 마를 틈 없이 환자를 이송했다. 전담 구급대원들은 환자 이송 중에는 환자와의 접촉을 최대한 줄인다. 3인 1조인 구급대원은 2명만 탑승한다.

    이날 오후 3시 35분. 코로나 확진자를 이송하고 온 뒤 구급차량 소독을 갓 마친 1팀 소속 전담 구급대에게 또 출동 명령이 떨어졌다. 감염방지용 보호복, 덧신, 마스크, 보안경, 장갑 등 5종의 보호장비를 착용한 구급대원 2명이 감염확산 필름을 부착한 구급차를 타고 환자 이송에 나섰다. 창원시 대산면에 거주하는 거동이 불편한 코로나 확진자를 안전하게 마산의료원까지 이송하는 게 이들의 임무. 이들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환자를 부축해 구급차에 태운 뒤 마산의료원까지 신속하게 움직여 의료진에 인계했다. 평일 낮 근무 기준 3~4번이 보통, 많게는 6~7차례 이러한 이송을 맡는다. 보호장비를 갖췄지만 확진자를 이송하는 일을 하다 보니 감염 위험은 늘 존재한다.

    2년 차 구급대원 박준모 소방사는 “이 일을 처음 할 땐 확진자와 좁은 공간에 함께 타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겁이 난 게 사실이다”며 “이제 이 일이 익숙해졌다. 환자를 안전하게 이송해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내 일이니까 하는 것이다”고 묵묵하게 말했다.

    #4. 취재 후기

    불이 나면 시민들은 보통 대피하지만, 소방관들은 그 반대로 불이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근무 중이 아니어도 불을 보면 달려가 화재를 진압하기도 한다. 구급대원들도 마찬가지. 아픈 사람이 있고, 그들을 살려야 할 때 머뭇거리지 않고 간다. 정은경 소방위도 ‘살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 자신의 존재를 깨닫는 순간이기도 하다.

    “매일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해도 똑같은 환자는 절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늘 긴장하고 매일 매일 늘 다른 환자에 맞춰 살리는 일에만 집중합니다. 저희가 더 잘 살릴 수 있게 병원이, 병상이 더 늘어나야 할 텐데….”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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