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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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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아모르 파티와 출산율- 이주언(시인)

  • 기사입력 : 2022-01-02 19: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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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들이 성장을 하고 다른 도시에 떨어져 살게 된 이후로, 우리 가족은 일 년에 서너 번 정도 만난다. 나는 나대로 애들은 애들대로 각자의 생활에 휘둘리며 살다 보니 어느덧 타인처럼 지내는 게 아닌가 싶다. 자신의 생활에 충실한 것도 좋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만큼 귀한 것이 있을까. 그래서 연말연시를 함께하고자 애들이 와 있는 며칠 간은 내 스케줄을 중단하고 나름의 힘을 다한다. 그것은 먹거리의 메뉴를 정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좀 특별한 음식을 준비하고, 함께 카페에 가서 대화를 나누고, 밤에는 식탁에 안주를 놓고 마음의 벽을 넘나들듯 속엣말들을 부려놓는다.

    애들이 미혼이라 올해도 여전히 남편과 나의 관심사는 연애와 결혼이다. 나는 내 아들이 좋아하는 아가씨라면 환영이다. 좀 까다로운 편이던 남편도 애들이 나이 들어감에 따라 생각 차이를 좁히는 눈치다. 이제 나는 애들이 너무 늦지 않게 결혼해 손자나 손녀를 안겨주길 바란다. 그래서 아들들에게 “니 아를 낳아 도~”라며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말을 던지곤 한다.

    평소에 아모르 파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애들에게도 그렇게 살라고 했다. 그러므로 다양한 삶의 방식에서 오는 차이들까지 모두 인정해 줘야 할 것이다. 니체가 ‘아모르 파티’라는 말을 했을 시대에는 너무 많은 종교적 관습에 억눌리지 말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는 의미가 컸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이 말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미가 더 커진 듯하다. 과거와 달리 현대인에게는 훨씬 많은 선택지가 있고, 자신이 선택한 삶의 방식들이 모여서 스스로가 감당하고 사랑해야 할 운명이 되는 셈이다.

    대중가요의 가사처럼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 아니라 이제는 연애, 결혼, 출산 모두 선택이 되고 있다. 아모르 파티라는 삶의 방식이 출산율 하락과 연결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게다가 젊은이들 앞에는 경제적 조건이 육중한 체구로 앞을 가로막고 있으니 그들을 탓할 수도 없다. 자신이 이룬 가정에서 느끼는 행복은 소중한 것이다. 이런 행복을 만끽할 수 있도록 그들이 긍정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새해가 되길 바라본다.

    이주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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