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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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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혼자 말고 함께- 이응인(밀양 세종중학교 교장)

  • 기사입력 : 2021-12-30 21: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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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과학 분야 노벨상은 공동 수상이 일반화되었다. 개인의 노력보다 공동 연구가 훨씬 나은 성과를 낼 뿐 아니라, 공동 연구가 아닐지라도 여러 사람의 노력이 융합되어 성과를 내는 현실이 되었다.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앤드리아 게즈 교수는 한 고교생 간담회에서 “그룹 안에서 소통이 중요하고, 동료를 돕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과거 산업사회에 기반을 둔 우리의 학교는 지식 전달 위주의 교육과 줄 세우기 경쟁에 치중했다. 이런 교육 방식은 이미 한계에 다다라, 자발성과 협력, 창의성에 바탕을 둔 새로운 모색이 절실하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면 아직은 암담한 면이 있다. 학교 시험에서 1점이라도 더 받기 위해 시험 문제가 유출되기도 하고, 나만을 위하고 내 자식만을 위한 서류 조작과 청탁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사를 다시 일으킨 최고 경영자 사티아 나델라는 ‘공감과 협력’에서 변화의 힘을 찾았다. 그가 제시한 직원 평가표는 우리에겐 좀 충격적이다. ‘당신은 다른 사람의 성공에 어떻게 기여했나?’, ‘다른 사람의 노력을 바탕으로 만든 성과는?’ 내가 동료들보다 1점이라도 더 받아야 앞설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는 사회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평가 척도이다. 그는 이러한 변화를 통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명성을 되찾았다.

    디지털 네트워크 기반의 사회에서 소통과 협력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다행스런 것은 우리 학교의 곳곳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모둠 토의를 통해 서로의 지식이나 의견을 나누면서 함께 배우는 수업을 만날 수 있다. 두 개의 교과 선생님이 함께 열어가는 융합 수업도 간간이 일어난다. 친구들과 도와가며 문제를 찾아 풀어나가고, 발표를 통해 모두에게 성과를 나누는 프로젝트 기반 배움 활동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평가라는 이름의 줄 세우기가 발목을 잡고 있다.

    나 혼자 이기기 경쟁을 몸에 익힌 이들에게 협력과 나눔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을 돕고 남의 도움을 받으며 어울려 살아야만,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이응인(밀양 세종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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