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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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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에도 사람이 산다] (20·끝)시즌Ⅳ모색 ② 취재기자 좌담회

“경남서도 잘살 수 있다, 기사로 말해주고 싶었다”

  • 기사입력 : 2021-12-26 2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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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신문 창간 75주년 특집으로 진행된 기획 ‘경남에도 사람이 산다’. 기획팀 소속 김유경, 조고운, 이슬기, 도영진, 박준영 등 5명의 기자들은 지난 3월부터 12월까지 경남 곳곳을 누비며 지역을 터전으로 삼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기획의 마지막 장은 이들을 취재하며 느꼈던 소회와, 지역소외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자들의 좌담을 정리했다.

    경남신문 창간기획 ‘경남에도 사람이 산다’ 기획팀원들이 편집국 회의실에서 마지막 좌담회를 가지고 있다./김승권 기자/
    경남신문 창간기획 ‘경남에도 사람이 산다’ 기획팀원들이 편집국 회의실에서 마지막 좌담회를 가지고 있다./김승권 기자/

    # 현장에서 답을 찾자

    ‘경남에도 사람이 산다’ 팀은 지역소외 문제와 대안을 현장에서 찾아보자는 취지로 이번 기획을 준비했다. 이를 위해 기획 시작 단계부터 지역의 다양한 활동을 △목소리 △움직임 △재생 △모색 등 4단계로 나눠 담았다.

    팀장을 맡아 기획의 포문을 연 김유경 기자는 “그동안 지역소외에 대한 단편적인 생각만 있었다면, 실제 수치를 들여다보고, 담당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그 실태를 체감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도영진 기자는 “지역소멸을 주제로 한 기사는 자칫 지역만 소외받는다는 피해자 프레임처럼 될 수도 있는데, 첫 시작을 연 뒤 여러 기자들이 각 지역에서 역할을 하고 있는 단체들을 발굴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서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 경남에 사는 기자들

    기획에 참여한 5명 기자 모두 경남에 살며 일한다. 경남에서 자라 서울 등 타지에서 대학이나 직장생활 후 다시 돌아온 기자도 있고, 경남에서 태어나 지속적으로 살고 있는 기자도 있다. 이들 모두 저마다의 애로를 겪고 있다는 점이 기획의 동력이 됐다.

    가족을 만나기 위해 한 달에 1번 이상 서울로 오가는 김 기자는 우리나라를 3등분된 분단국가로 느낀다고 했다. “창원에서 서울까지 고속도로를 타보면 확연한 차이를 느낀다. 조치원 밑으로는 한적한 지방, 조치원부터 파주·인천 등을 아우르는 수도권, 그리고 그 가운데 노른자인 서울. 서울에 다녀오면 ‘서울이 좋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거기에는 선택권이 많다. 환경이 주는 활기, 생동, 다양한 계층과 세대가 모여 만든 독특한 분위기를 사실 지역에서는 찾을 수 없다.”

    U턴 청년인 이슬기 기자는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 지방에 살아가면서 수도권의 ‘혜택’ 존재 자체를 모르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기자는 “예컨대 기자 3년차 때 지방에서는 예술영화를 접하기 힘들다는 걸 깨달았다. 당시 거제에 예술영화관이 한 곳 있었지만 없는 거나 다름없었다. 상영관은 전국에서 4번째로 많은데, 예술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건 문제다. 수도권에 밀집돼 있는 문화적 혜택을 볼 때마다 지방에서는 이런 혜택이 거의 전무하다는 사실에 대해 왜 답답해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같은 나라에 사는 국민으로서 억울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소외감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서

    이 기자는 지역의 다양성을 강조했다. “지역을 지키는 것은 인류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거라고 본다. 생물 다양성의 가치도 생물이 다양해야 생태계가 오랫동안 보존되는 데 있다. 그런 측면에서 각 지역의 방언, 유형무형의 문화도 적극적으로 전승하고 기록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없다면, 문화의 다양성은 소멸될 가능성이 있다.”

    조 기자는 “내가 지역을 선택해서 태어나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내 아이가 나중에 경남에 살고 싶을 때 지금 우리가 느낀 좌절감이나 소외감은 느끼지 않게 해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본다.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경남에, 부모가 살던 곳에 살고 싶을 때, 살기 어려운 곳이 되지는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김 기자는 자생적으로 지역사회의 힘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서울사람’이라 스스로를 규정한 사람들은 사실 산업화 전후로 상경한 경상·전라·강원 지역민들의 2~3세대다. 그러나 어쨌든 그들은 서울태생이고, 서울사람이다. 고향세라든지, 출신배경에 따른 책임성을 강조하는 정책도 나오는데, 앞으로 크게 유효하지 않을 것이다. 이 결과는 오래전부터 예견되어 왔다. 이제는 뭔가를 기대하기보단, 자생적으로 지역사회의 힘을 키워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것이 옳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는 과감한 지방분권을 공약했지만 결과적으로 수도권 일극체제는 어느 정부 때보다 심화됐다. 특정 정책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척도는 정부가 그 정책에 예산을 집중하는지 여부다. 왜 예산을 적극적으로 쓰지 않는지, 지방정부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거칠게 말하면 수도권은 지역에 관심이 없고, 공약은 선거를 치르기 위한 구색에 가깝다. 그걸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관심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우리 자체적인 힘도 키워가야 한다. 그게 현실적이다.”

    # 원주민과 이방인의 조화

    취재 과정에서 만난 지역 재생 방식은 다양했다. 일부 지역은 원주민들이 필요에 의해 새로운 활력을 찾기도 했지만, 최근의 추세는 외부인 또는 외부에서 유입된 로컬 크리에이터가 주도하는 재생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기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지역사회의 세심한 접근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준영 기자는 “‘거제 공유를 위한 창조’를 취재할 당시에는 ‘죽어가던 마을을 살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하지만 기사를 작성하며 ‘단체가 떠나고 시간이 흐르면 이곳에 발전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장승포 일대에는 어르신들이 많은데, 과감한 도전을 시도하려 할지, 다음 세대가 마을에 남아있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어 보였다. 그런 의아한 부분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조 기자도 “지방에서는 외부에서 어떤 자극이 들어오면 침입 당하거나 혹은 기득권을 뺏긴다는 정서가 없지 않다. 로컬 크리에이터나 재생 전문가, 새로운 상권이 들어와서 지역이 살아나도 결국 원주민들과의 조화가 가장 큰 과제로 남아 있더라. 취재하면서 곳곳에서 그런 갈등의 조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기자 역시 “취재 대상들을 보면 대체로 타 지역에서 공부를 하고 귀향한 사람 또는 외부에서 유입된 사람들이 소멸 지역 활성화의 씨앗이 된 경우들이 많다”며 “우리는 우리 지역을 늘 보니, 지역이 가진 가치를 모를 수 있지만 외부의 새로운 시각이 지역의 가치를 똑바로 볼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왜 지역에서는 자체적인 로컬 크레이터를 찾기 힘든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지역사회 재생의 씨앗을 심는 주체가 외부에서 도래했고, 그들이 대강의 지도를 그렸다면, 꽃을 피우는 단계에 대한 진행은 지역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 역량을 지니는 게 지역사회의 숙제 같다”고 강조했다.

    # 남은 숙제

    장장 8개월간의 기획을 마무리하는 기자들의 소회는 아쉬움이 컸다.

    조 기자는 “선진 사례만 취재한 것이 아쉽다. 조금 다른 의미의 사례들도 다뤘으면 좋았을 것 같다. 김해 도심 재생의 대표적 공간이었던 ‘회현당’의 경우도 현재 참깨 단가가 올라가서 문을 닫았더라. 이런 사례들을 짚어봐도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도 기자는 “마산만 해도 도심 재개발이 되면서 30~50년 동안 끈끈하게 이어졌던 네트워크가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옆집 숟가락이 몇 개까지 있는지 알고 지냈던 지역사회가 무너지는 거다. 이러한 이야기도 담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했다.

    이 기자는 “기획 당시에는 경남에서도 사람들이 이렇게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 실패나 와해 사례를 생각지 못했다. 기획이 이어진다면 더 세밀하게 접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지역도 광범위하고 여러 단체가 있어 선택 자체가 힘들었다. 또 현장에 가면 단체를 대표하는 소수의 목소리는 들을 수 있었지만, 원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다 듣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고 했다.

    /경남에도 사람이 산다 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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