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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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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아, 플라스틱- 이응인(밀양 세종중학교 교장)

  • 기사입력 : 2021-12-23 19: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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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로 교직원들이 모두 모여서 밥을 먹는 게 어려워지자, 그 자리에 주문 도시락이 들어섰다. 뿔뿔이 흩어져 도시락을 펼칠 때마다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이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들! 밥과 반찬이 담긴 그릇에다 국은 따로 나오고, 일회용 숟가락 젓가락이 따라온다. 이것들을 깨끗이 씻어 분리 배출하는 것도 만만찮다.

    학교에도 숱한 물건들이 택배로 들어온다. 충격을 막으려고 넣은 뽁뽁이에다 신문지와 접착테이프, 포장 상자가 쏟아진다. 건강 음료란 이름을 달고 나온 페트병도 상표가 붙은 비닐을 벗기기 쉽게 해 놓았다지만, 재질이 다른 뚜껑을 분리하면 뚜껑의 고리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경우도 많다.

    아이들도 이런 문제를 느꼈는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페트병 뚜껑을 따로 모아 치약짜개를 만들어 선보이기도 하고, 플라스틱도 재질에 따라 따로 모으는 수거통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일상을 돌아보면 희망이 잘 안 보이기도 한다. 고밀도 폴리에틸렌과 저밀도 폴리에틸렌이 결합된 물건은 분리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귀찮은 일이기도 하고, 분리 배출을 했을 때 재활용이 제대로 되는지도 궁금하다.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되지 않은 심층 해양수라는 상표를 단 생수를 볼 때면 느낌이 묘하다.

    미세플라스틱에 의해 바다가 오염되고 그 피해가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데, 해결 방안의 모색보다는 상업적인 이용이 앞서고 있는 듯해서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광고판과 조명을 설치하는 게 점점 늘어나고 있다. 조형물을 만들어 불을 밝히거나 벽면이나 다리에 디자인을 넣어 여러 가지 빛을 내기도 한다. 홍보 효과도 있고 주변 환경이 밝아지며 멋진 면도 있지만, 모르는 사이에 전기 사용량은 점점 늘어난다. 전기 사용량이 늘면 발전량을 늘리기 위해 석탄이나 원자력 사용을 정당화하고, 기후 위기에서 벗어나는 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친환경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다. 그동안 몸에 밴 삶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바꿀 수도 없다. 아이들이 페트병 뚜껑으로 치약짜개를 만들어 선보이듯 다양한 노력으로, 꾸준히, 내 삶을 바꿔야 한다.

    이응인(밀양 세종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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