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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MRO 쪼개면 모두 공멸… 해법 내놓는 후보에 한 표”

[기획 2022 대선 D-76] 경남민심 들어보니 1부 지역이슈 ④ 사천 ‘항공MRO 분할’ 갈등

  • 기사입력 : 2021-12-22 21: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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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의 항공MRO(항공정비)사업 분할 추진에 사천시민들의 반발이 크다. 이는 인천시와 사천시 간의 지역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천시에 소재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2017년 12월 국토부로부터 항공MRO사업자로 선정됐다. KAI의 기술력과 사천시의 사업부지 저리임대 등 MRO 사업기반이 충분하고 항공우주산업단지와 항공제조업체가 밀집돼 있어 입지조건이 우수한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KAI는 2018년 항공정비 전문업체인 한국항공서비스(KAEMS)를 설립했고, 2019년 제주항공 B737의 초도정비를 시작으로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대한 기체 중정비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경남도와 사천시는 총 4229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사천읍 용당리 일원 31만1880㎡ 규모의 항공MRO 단지를 조성 중이다.

    사천시 소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자회사인 한국항공서비스(KAEMS)에서 진행되고 있는 항공정비 모습.
    사천시 소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자회사인 한국항공서비스(KAEMS)에서 진행되고 있는 항공정비 모습.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성장률과 세계 6위권인 항공 운송시장을 감안하면 국내 MRO 사업은 저조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MRO사업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미국과 유럽이 전체 시장의 62%,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21%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전 세계 항공MRO 시장은 2019년 819억불 규모에서 2029년 1159억불로 연평균 3.4% 증가가 예상되며 특히 아태지역의 경우 2019년 245억불에서 2029년 426억불로 연평균 5.6%의 고성장이 기대된다.

    사천시 소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자회사인 한국항공서비스(KAEMS)에서 진행되고 있는 항공정비 모습.
    사천시 소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자회사인 한국항공서비스(KAEMS)에서 진행되고 있는 항공정비 모습.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 항공MRO 갈등의 불씨는 지난해 6월 인천시에서 시작됐다. 인천지역 국회의원인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천공항공사의 사업에 항공기정비업도 추가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천시를 비롯한 기업·시민사회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개정안은 장기검토 계속심사 안건으로 보류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이후 진성준 의원이 개정법률안을 발의하는 등 인천광역시의 항공MRO 참여 시도는 계속됐다.

    하영제(사천·남해·하동) 의원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MRO 사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인천국제공항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사천에서는 지난 6월 28일 항공MRO사업지키기대책위원회가 출범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MRO사업 진출 저지를 본격화했다.

    대책위는 “항공MRO사업은 민간의 영역이며 인천국제공항공사가 MRO사업에 직접 참여한다면 사천지역 경제를 죽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사천시민뿐 아니라 340만 경남도민과 힘을 합쳐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5월 4일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 항공정비업체인 ㈜샤프테크닉스K와 인천공항 항공기 개조사업 투자유치 합의각서(MAO)를 체결했다. 이는 항공정비사업에 직접 참여하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합의각서는 △공항공사는 인천국제공항 내 개조시설을 건축하고 해당시설을 합작법인에 임대 △공항공사는 미국연방 항공국 규정 및 합작법인의 요구조건에 부합하는 개조시설을 제공 △공항공사는 개조시설에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부지, 격납고, 인프라 등의 필수시설이 포함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항공MRO사업지키기 대책위원회는 현행 법률상 공기업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인천공항의 항공기 개조사업에 참여해 직접 항공MRO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인천국제공항공사법, 한국공항공사법, 공항시설법 등에 반하는 법령 위반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 6월 28일 인천국제공항공사의 MRO사업 진출을 저지하기 위해 시민들로 구성된 항공MRO사업지키기 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경남신문DB/
    지난 6월 28일 인천국제공항공사의 MRO사업 진출을 저지하기 위해 시민들로 구성된 항공MRO사업지키기 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경남신문DB/

    대책위는 지난 7월 28일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항공MRO사업 직접 추진과 관련해 법령 위반에 대한 공익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국토부는 지난 8월 12일 현재 지역별로 분산 추진되고 있는 MRO산업 클러스터간 중복투자방지를 위해 지역별 특화분야를 육성한다는 내용이 담긴 MRO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사천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사천지역 시민들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항공MRO사업에 참여한다면 국가 핵심 인프라 사업에 대한 중복투자로 혈세 낭비는 물론 지역경제를 죽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며 “경남지역을 우주항공산업의 메카로 육성하겠다는 대통령의 국정과제 지역공약과 국토교통부의 항공정책 기본계획을 토대로 진행해 온 경남도와 사천시의 발목을 붙잡는 행위이고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도 역행하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삼수 사천시의회 의장은 “정부 발표를 신뢰해 KAEMS를 설립하는 등 사천은 국내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정부는 특별한 지원은 없으면서 사천을 기체중정비와 군수 분야로 제한하고, 인천을 해외 복합 MRO 유치 등으로 지역별 특화분야를 육성한다는 MRO 분할 방침을 발표했다. 이는 돈이 안 되는 사업은 사천에, 돈이 되는 고부가 가치 사업은 인천에서 수행하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서희영 사천상공회의소 회장은 “정부의 항공MRO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 담긴 지역별 특화사업 육성은 허울 좋은 명목에 불과한 것”이라며 “이 같은 방침은 인천국제공항공사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민간영역인 항공MRO사업을 직접 추진하려는 의도를 드러내는 것이고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연간 100대를 정비하더라도 매출은 500억원이 되지 않는 투자비용 회수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사업을 사천과 인천으로 분산 진행할 경우 제조업 공동화로 양 지역 모두가 공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천지역 한 기업인은 “대한민국은 MRO 사업의 후발주자인 상황으로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다”며 “여야 대선 주자들은 항공산단으로 지정된 사천에 항공MRO를 집중시키는 기존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른 기업인은 “한정된 항공MRO 시장에서 지방자치단체 간 소모적 논쟁을 유발하는 것 자체가 국가적 손실이다”면서 “MRO 분할은 일정 수준 이상 육성한 후에 논의할 사안으로 더 이상 사천과 인천 간 지역 갈등이 확산되지 않도록 대선 후보자들은 명확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업인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항공MRO사업 참여는 예산낭비를 초래할 뿐 아니라 항공MRO사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원래대로 항공산업정책 유지하고 사천의 항공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대선 후보를 적극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이경근 사천항공미니클러스터 회장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항공MRO사업 진출은 사천지역 항공MRO사업을 위축시킬 뿐 아니라 수도권 집중을 심화시켜 국토의 균형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로 대선 주자들은 항공MRO 분할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철 기자 keeper@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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