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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2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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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똥 누는 척하고- 고승하(아름나라 이사장)

  • 기사입력 : 2021-12-21 19:5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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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 내가 좋아하는 프로 소리가 들린다. 나는 똥이 마려운 척 화장실로 들어갔다. 문을 열어 놓고 텔레비전을 본다. 똥 누는 척하고 재밌게 본다.’ -〈똥 누는 척하고〉 밀양초 3학년 구한슬

    2000년 국악 창작동요대회에 김용택 글 고승하 곡 〈방안의 꽃〉이 예심을 통과했다. 그런데 방송국에서 연락이 왔다. 노랫말이 방송국 자체 심의에 걸려 “오줌 싸도 이쁘고 응아 해도 이쁘고”를 고쳐 달란다. 나는 못한다고 했는데 작사자인 김용택 선생과 의논한 모양이다. 혼이 났단다. “갓난아기가 똥 싸고 오줌 싸는 게 와?” 우여곡절 끝에 우수상을 받아 지금은 초등 4학년 교과서에 실렸다.

    한슬이의 엄마는 초등학교 선생님인데 한슬이에게 TV를 보지 못하게 한 모양이다. 그런데 하지 못하게 하는 건 왜 그리 재미있는 건지, 한슬이는 똥 누는 척하고 화장실에서 TV를 본다.

    그러고 보면, 수세식 화장실은 인간의 위대한 발명품이면서 최악의 발명품이기도 하다. 수세식 화장실은 많은 물을 오염시킨다. 똥과 오줌을 물로 씻어 보내면 분뇨는 하수처리장으로 간다. 하수처리장은 그 분뇨를 처리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완벽히 처리되지 못한 분뇨는 하천이나 호수, 바다로 흘러간다. 그 물은 수돗물이란 이름으로… 에잇! 요기까지만 하자.

    똥 하면 잊을 수 없는 글에 동화 〈강아지 똥〉이 있다. 권정생 선생님은 이 짧은 동화 하나로 명성을 얻었다. 그리고 강아지 똥은 자신을 버려 우리 앞에 생명을 살리는 갸륵한 노릇을 한다. 이 글이 초등 1학년 교과서에 실렸다.

    ‘동화 강아지 똥을 열 번 적어보라고 선생님이 시키셨다. 따라 적는데 땀을 너무 흘려서 내 손이 샘물 같았다. 누가 마시면 어쩌지 그럼 나는 줄어드는데(1절)’ -〈국어 시간〉 창원 내서 상곡초 1학년 김지현 글, 고승하 곡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강아지 똥〉을 열 번 적으라는 과제를 내고 하던 일을 한다. 손바닥에 땀 흘리며 몸을 꼬부려 글 쓰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권정생 선생님께 이 글을 보여 드렸다. 과묵한 선생님도 슬픈 얼굴을 하셨다.

    고승하(아름나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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