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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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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남해바다가 이상하다- 김성호(통영거제고성 본부장)

  • 기사입력 : 2021-12-19 20: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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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여름 남해바다는 유난히 뜨거웠다. 7월 15일부터 시작된 고수온 특보는 8월 26일까지 43일간 이어졌다. 지난해 22일보다 2배 길었으며, 발령 시기 역시 지난해보다 한 달가량 빨랐다. 이 시기 남해안 연안의 수온은 30도에 육박했다. 당장 수온에 즉각 반응을 보이는 양식 어류들이 둥둥 뜨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해양수산부와 각 지자체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고수온으로 폐사한 양식어류는 1153만8589마리에 달한다. 피해액은 188억9059만원이다. 이 중 경남 지역이 761만3000마리, 111억600만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전체 피해의 66%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금 남해바다엔 굴과 멸치가 난리다.

    한창 수확해야 할 굴이 지난 11월부터 입을 벌린 채 녹아 있거나 아예 떨어져 나가 빈 줄만 올라오고 있다. 어민들은 겨울철 다 자란 굴이 폐사하기는 올해가 처음이라고 말한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민들은 고수온이 원인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수온이 오르면 바닷속 산소가 부족해져 수산물이 제대로 자라기 어렵다. 그 결과 통영·고성·거제·창원 등 남해안 곳곳에서 굴이 폐사하고 있다는 추정이다.

    남해안 멸치잡이 업계도 심각한 어획난에 허덕이고 있다. 도내 남해안 멸치잡이 선단들은 지난 10~11월 어획 부진으로 대부분 출어를 포기하거나 빈 배로 귀항했다.

    멸치권현망수협에 따르면 법정 금어기를 끝낸 7월 이후 최근까지 조합 공판장을 통해 거래된 마른 멸치는 1만3500여t이다. 어획난이 심각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 1만6700여 t과 비교해도 20% 이상 줄었다. 7~8월 두 달간은 지난해와 비슷했으나 9월 들어서 조짐이 보이더니 11월부터 멸치 씨가 말랐다고 한다. 한 해 1200억원에 육박하던 위판액도 640억원으로 반절이나 줄었다.

    어민들은 멸치 어황이 나빠진 까닭을 고수온으로 보고 있다. 산란 때인 올해 8~9월 남해 바다 온도가 25도 이상 올라가면서 어린 멸치가 죽거나,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것이 원인일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해양학자들은 바다 수온 1도의 변화는 육상에서 10도 변화와 같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남해바다의 수온 변화는 한 마디로 비상상황이다. 너무 빠르고 너무 가파르다. 언론에서는 ‘고수온’이라는 짧은 단어로 말하지만 실제 바다 속 사정은 굉장히 가혹하다는 사실을 해양생태계가 온몸으로 말해주고 있다. 비상 상황에는 그에 맞는 비상조치가 내려져야 한다.

    통영의 어느 할머니 해녀가 말했다. “이 바다에서 소라 따고, 전복 잡는 해녀는 우리가 마지막 아니겠나”

    어쩌면 남해바다의 첫 번째 멸종위기종은 해녀이지 않을까 싶다.

    김성호(통영거제고성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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