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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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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묘서동처(猫鼠同處)- 김종민(지방자치여론부 차장)

  • 기사입력 : 2021-12-16 20: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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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와 쥐는 천적 관계다.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요즘 도시 사람들은 쥐를 보는 경우가 별로 없지만 예전엔 집집마다 쥐가 골칫거리였다. 곡식을 훔쳐 먹고 병균을 옮기는 쥐를 없애기 위해 국가에서도 대대적인 ‘쥐 잡기 운동’을 펼쳤다. 그 시절 고양이는 함께 사는 반려동물이면서 쥐를 잡는 일등공신으로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요즘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길고양이와는 또 다른 의미다.

    ▼교수신문이 올 한 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묘서동처(猫鼠同處)’를 선정했다. 묘서동처는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뜻으로 중국 ‘구당서(舊唐書)’에 나온다. 이에 따르면 고양이와 쥐가 같은 젖을 빨면서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받은 한 관리가 이 고양이와 쥐를 임금에게 바쳤는데, 당시 중앙 관리들은 이를 복이 들어올 징조라며 환영했으나, 한 관리만이 ‘도둑인 쥐를 잡아야 할 고양이가 쥐와 손을 잡고 있는데, 이 사람들이 정신을 잃었구나’라며 한탄했다고 한다.

    ▼곡식을 훔쳐 먹는 쥐와 쥐를 잡는 고양이는 흔히 ‘도둑’과 ‘관리’로 비유되곤 한다. 그런데 이 둘이 한패가 됐다면 그 다음 일은 뻔하다.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묘서동처’를 선정한 것은, 부동산 투기를 막아야 하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들이 오히려 부동산 투기에 혈안이 되고,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엄벌해야 할 군 경찰이 오히려 피해자를 협박하고 가해자의 증거 훼손에 눈 감는 이 같은 모습들을 비유한 것이다.

    ▼내년엔 우리나라 대표 일꾼을 뽑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있다. 특히 지방선거는 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 총 4000여 석을 뽑는 막중한 행사다. 도둑을 잡는 고양이를 뽑을지 도둑과 한패일 고양이를 뽑을지 유권자들의 한 표가 중요한 이유다. 도둑 잡는 역할을 제대로 할 능력 있고 양심 있는 대통령과 관리들을 뽑기 위해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해 볼 문제다.

    김종민(지방자치여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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