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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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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곡예사의 첫사랑’을 아시나요?- 김종민(한국국제대 음악공연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1-12-15 20: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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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00여곡의 대중가요와 500여 편의 영화음악 등을 세상에 남기고 떠난 진주 출신 비운의 작곡가 정민섭. 1978년 서울국제가요제에서 박경애가 부른 ‘곡예사의 첫사랑’이 대표적인 곡이다. 이외에도 ‘대머리총각’, ‘육군김일병’,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 등이 유명하다.

    정민섭 선생의 조부께서는 조선시대 마지막 진사였고, 진주여고 진주고 설립 당시 큰 공을 세우고 선행으로 적선비 6개가 설립돼서 진주성 내 비석군에 보호 중이다.

    예술의 끼는 타고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엄격한 집안에서 태어난 선생은 진주사범학교 병설중학교 3학년 때 밴드부원이 되면서 음악에 심취하기 시작했다. 진주사범학교 2학년 때 ‘관악 5중주’를 작곡해서 문교부 주최 경연대회에서 특별상을 받으면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졸업 후 제주도 오현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3·15의거와 4·19혁명을 소재로 한 ‘혁명행진곡’을 발표했다가 교직에서 쫓겨나게 되자, 1961년에 경희대학교 작곡과에 들어가 작곡과 음악이론을 공부했다. 1963년 동아일보사 주최 전국 음악콩쿠르에서 ‘추방된 지역에서’라는 관현악곡으로 입상하면서 본격적인 작곡활동을 시작한다.

    선생의 대표적인 곡은 ‘곡예사의 첫사랑’이라는 곡인데, 트럼펫과 큰북의 장단이 반주로 나오는 이 노래에서 박경애의 볼륨 넘치는 목소리는 촉촉이 젖어있고, 사춘기를 넘어서는 소녀곡예사의 슬픈 사랑의 감정은 피에로의 헐렁한 복장에 감춰진 채로 듣는 이의 마음에 애잔한 슬픔을 가지게 하면서 큰 히트를 하게 된다.

    그리고 만화 주제곡 또한 다수의 작품이 있는데 ‘태권동자 마루치’, ‘미래소년 코난’ 등이 대표적인 만화주제곡이다.

    너무도 아까운 35세에 아내를 먼저 떠나 보내고 난 뒤 정민섭 또한 폐암으로 47세의 한창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일본풍 일색이었던 한국가요계에 혼이 없는 왜색풍의 가요는 작곡하지 않고 한국적인 애환과 정서가 들어 있는 대중가요를 만들고자 노력한 대표적인 작곡가의 삶에 충절과 예향의 도시, 남강이 흐르는 작은 도시가 그에게 큰 음악적 소산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김종민(한국국제대 음악공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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