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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2월 2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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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화산폭발- 고승하(아름나라 이사장)

  • 기사입력 : 2021-12-14 20:2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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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화산이 폭발했다. 화산폭발을 하셨다. 언니는 성적이 엉망진창 나는 방안이 뒤죽박죽 어진이랑 나는 기가 죽어 조용조용히 밥을 먹었다.(1절)

    업그레이드 마녀 일급이 된 것 같았다. 소리를 꽥하고 지르시면 귀에 진동이 왔다. 슬금슬금 눈치 보며 탈출하고 싶었지만, 배가 고파서 그러지 못했다.

    (2절)

    엄마가 일기를 보시더니 맞고 지울래 그냥 지울래, 그래도 지우기가 아까워 이렇게 적고 있다. 마녀할멈 우리 엄마 심기 불편하시면 또 폭발할지 모르니 조심조심.(3절)”

    -〈화산폭발〉 밀양 예림초 2년 장윤미 글, 고승하 작곡

    2002년 김해 아름나라가 처음 시작한 평화음악회가 올해로 19년이 됐다. 당시 미국의 이라크 파병 요구를 받고 고심하던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아름나라와 철부지가 반전 음악회를 연 것이다. ‘MBC 시선 집중’에서 연락이 왔다. 수화기 너머에서 손석희 님의 “순진한 어린이들에게 전쟁 반대를 말하게 하는 것은 너무 무겁지 않으냐”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은 말씀이다. 그러나 정작 전쟁은 어른들이 일으키는데 죽거나 다치는 건 아이들이라면 큰 문제가 아니냐. 아이들더러 말도 못 하게 하라는 건 아닌 것 같다.” 내 대답은 그랬다.

    항상 선생님을 골탕 먹일 준비가 된 것 같은 사르르 한 눈웃음으로 다가와 나를 긴장하게 하던 〈밀양 아름나라〉단원 윤미의 일기 글에는 네 글자 한자 말 묶음이 가득하다. 화산폭발, 엉망진창, 뒤죽박죽, 마녀일급, 마녀할멈, 심기불편……. 윤미 엄마는 딸내미를 혼냈다고 생각하겠지만, 요 여시는 엄마 머리 위에서 논다. 이야기하듯 주절주절하는 아이의 글이 집안의 풍경 영상을 보듯 눈에 선하다.

    “잘 놀고 잘 묵고 잘 뛰고 잘 웃고 소곤소곤 귓속말 우당탕탕 장난질 선생님 말 잘 안 듣고 가끔은 티격태격 철딱서니 아름나라 자유로운 영혼 자유로운 아이들.” - 〈아름나라 노래〉 고승하 글, 곡

    아이 하나 키우려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 온 마을 골골이 골목이 돼야 한다.

    고승하(아름나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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