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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감동할 줄 아는 능력- 이응인(밀양 세종중학교 교장)

  • 기사입력 : 2021-12-09 20:3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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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동아리 발표회 때 일이다. 자신의 동아리에서 한 해 동안 활동한 내용을 다른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다른 친구들의 동아리를 방문해 둘러보고 체험하면서 서로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쓰는 동아리에서는 커피박(커피액을 추출하고 남은 부산물)을 활용해 작은 화분을 만드는 체험장을 열었고, 병뚜껑을 분리수거해서 만든 치약짜개를 선보이기도 했다. 역사동아리에서는 밀양 근대문화유산 지키기 캠페인 자료를 소개하고, 고종황제와 일본 헌병의 의상을 입고 직접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무대를 마련했다. 메타버스 동아리가 만든 메타버스 캠퍼스와 방탈출 게임도 인기를 끌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통기타 동아리에서 족구장 옆에 즉석 야외무대를 마련해 버스킹을 할 때 생긴 일이다. 먼저 통기타 동아리 아이들이 그동안 연습한 연주와 노래 실력을 뽐내고, 이어 즉석에서 신청을 받아 아이들이 무대로 나오기도 했다. 교실에 있던 아이들이 서서히 버스킹으로 빨려 들어갈 무렵, 한 학생이 손을 들고 무대로 나왔다. 지원반(특수학급) 친구였다. 노래를 하겠다고 했다.

    반주가 나오고, 이 친구는 신나게 노래를 불렀지만, 객석에 앉은 친구들 귀에는 알아듣기 힘들었다. 그리고 아주 짧은 순간, 음악 선생님이 핸드폰을 들고나와서 이 친구에게 화면을 보여주었고, 객석에 앉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하나둘 늘어나더니 이내 떼창으로 이어졌다. 노래가 끝나고 지원반 친구는 숱한 친구들의 박수를 받으며 내려갔다.

    곧이어 이 소식은 학교 구성원 전체에게 속보로 전해졌다. “00가 버스킹 공연했어요!” 행정실 젊은 주무관은 자신이 찍은 영상과 감동을 동료들에게 전했고, 현장에 함께하지 못한 선생님들에게도 메신저를 통해 이 소식이 전해졌다.

    이 지원반 학생이 부끄럼 없이 무대에 서고, 친구들이 떼창을 할 수 있었던 건 평소 함께한 우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체육 시간에 공을 주고받으며 배려하고, 음악 시간에 호흡을 맞추고 함께한 경험이 바탕이었다. 이 소식을 전해 듣고 나도 가슴이 먹먹했다. 문득, ‘감동할 줄 아는 능력’이 서로 성장하게 하는 밑거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응인(밀양 세종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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