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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5월 29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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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밥2- 강신형

  • 기사입력 : 2021-12-02 08: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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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의 가장자리에 선 그대가

    굶주린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면

    나는 허기진 그대를 위해 기꺼이

    뜸이 잘 돈 밥이 되겠습니다


    맑은 대낮 한 나절 보름달 같은

    간절한 밥이 되겠습니다


    가마솥에 눌은밥인들

    꽃대궐에 버무려진 밥인들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그저 꼭꼭 씹어 삼키는 그대의

    목구멍과 뱃가죽을 따습고 배부르게

    하는 단물이었음 합니다


    슬슬 땀이 솟구쳐나는

    부뚜막 앞의 시간입니다.


    ☞ 삶의 길이 법이라면 삶의 발자국은 밥이다. 밥과 법은 모음교체에 의해 파생된 한 몸에서 난 말이다. 세상살이의 모든 것이 ‘밥과 법’ 이 두 낱말에 담겨있다. “허기진 그대를 위해 기꺼이/ 뜸이 잘 돈 밥이 되겠다”는 말은 그대를 위해 살겠다는 말이다.

    “가마솥에 눌은밥인들/ 꽃대궐에 버무려진 밥인들” 다를 게 무어냐? 다 삶이란 “슬슬 땀이 솟구쳐나는/ 부뚜막 앞의 시간” 이다. 이 한 그릇의 밥 앞에 우리는 늘 경건해지고 고개를 숙이고 경배를 하게 된다.

    그 누구의 삶에서도 밥을 빼곤 할 이야기가 없다. 세상살이 아웅다웅한 것도 알고 보면 다 이 한 그릇의 밥을 위해 발버둥친 것에 불과하다. 우리 모두 그 누군가에게 “맑은 대낮 한 나절 보름달 같은/ 간절한 밥이” 된 적이 있었던가? 우리 모두 이 한 그릇의 밥을 앞에 두고 경배를 하자.

    성선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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