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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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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넥스트(Next)- 이수정(창원대 명예교수 철학자)

  • 기사입력 : 2021-11-30 20: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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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립화-산업화-민주화-선진화(고급화). 간명하게 정리하자면 이렇다. 내가 생각하는 한국 현대사의 흐름이다. 조선왕조가 일본에 의해 멸망한 20세기 초 이후 100여 년에 걸친 우리 민족의 노력이 다 이 단어들로 축약된다. 이 단어들은 그냥 단어가 아니다. 무수한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피워낸 꽃이다. 우리는 경건한 심정으로 그 세력들의 이름을 추억한다. (물론 ‘중립적-객관적으로’ 그 ‘공(功)’만을 평가한다. ‘과(過)’는 일단 접어둔다.) 독립화 세력: 이승만, 김구, 안창호, 안중근, 류관순, 윤봉길, 홍범도, 김좌진, … 등등 엄청나게 많다. 산업화 세력: 박정희, 김종필, 박태준, 이병철, 정주영, 김우중, …등등 역시 엄청나게 많다. 민주화 세력: 김주열, 김대중, 김영삼, 노무현, 전태일, 이한열, …등등 역시 엄청나게 많다. 이 점점점[…] 속에 얼마나 많은 이름들이 있는 지를 우리는 안다. 그들을 우리는 자랑스럽게 그리고 가슴 아프게 기억한다. 이 이름들 없이는 오늘날의 한국이 불가능했다. 이 이름들이 비참한 식민지였고 세계의 바닥권이었던 우리나라를 지금과 같은 세계 10위 권 국가로 끌어올려준 것이다. 참으로 무량한 공덕이다. 그 연장선에 이른바 선진화가 있다. 그 핵심은 질-격-급-수준 그런 것이다. 그게 우리의 넥스트(Next)다. 21세기를 사는 우리의 Next여야 한다.

    이 역사적 발걸음은 이미 내디뎌졌다. 그 일환으로 우리는 정보화-세계화 같은 말도 들은 바가 있다. 이른바 한류도 일종의 문화산업으로서 여기에 기여하고 있다. 질적인 고급화라는 그런 의미에서 최종현, 반기문, 백남준, 이수만, 양현석, 박진영, 방시혁, 봉준호, 싸이, BTS, 윤여정, 안철수, 이해진, 김범수, … 등등이 선진화 세력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점점[…] 속에도 이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름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어령도 있고 송승환도 있다. 강수진도 있고 조수미도 있고 조성진도 있다. 박세리도 있고 김연아도 있다. 하여간 한도 끝도 없이 많다. 삼성 LG 현대 SK 등 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다. 나는 이들의 공통된 핵심이 그 분야에서의 최정상급 ‘질’(quality)에 있다고 판단한다. 그게 우리의 Next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나는 이미 여러 차례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나라의 나아갈 방향으로서 ‘질적인 고급 국가’를 제시하고 강조했다. 세계 최고를 지향하라는 것이다. 최소한 일본-중국보다는 나은, 그리고 가능하다면 미국-유럽보다 나은, 그런 세계 최고다. 헛된 망상이 아니다. 삼성-BTS-봉준호-황동혁 등이 이미 그 가능성을 입증했다. LG와 현대도 그 최고에 다가서 있다. 서울대와 카이스트는 좀 더 분발해야 한다. 아직은 한참 모자란다. 칼-돈-손-붓(즉, 군사력-경제력-기술력-문화력)을 아우르는 각 분야 전 분야에서 이제 그런 고급화 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 그런 철학은 ‘질적인 고급 국가를 지향하자’는 나의 이 말 한마디로 이미 충분하다. 그 각론은 〈국가의 품격〉 등에 자세히 전개되어 있다. 그게 정답이다. 무릇 진리는 단순하다. 단순해야 한다.

    필요한 것은 인물이다. 위에 언급된 이들 외에 더 많은, 더 훌륭한 인물이 등장해 그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그런 이들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토양을 마련해 줘야 한다. 분위기를 형성해 줘야 한다. 최소한 그들의 가능성을 꺾거나 짓밟지 말아야 한다. 인물이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적지도 않다. 그게 한국의 최대 신비다. 이 작은 나라에 어떻게 세계 정상급의 훌륭한 인물이 이리도 많은지….

    가장 아쉬운 것은 정치적인 리더십이다. 이건 하늘의 도움이 필요하다. 역사를 보면 알지만 위대한 지도자는 하늘이 내리는 것이다. 세종이 그랬고 이순신이 그랬다. 기다려보자. 제대로 된 지도자 한 명만 나타난다면 한국이 세계 최고가 될 날은 멀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기도가 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이수정(창원대 명예교수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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