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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자충수- 최석균(시인·창원경일고 교사)

  • 기사입력 : 2021-11-14 20:3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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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흔히 인생의 파란만장을 바둑의 천변만화에 빗대곤 한다. 막연한 인생 이야기를 바둑판에서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급소를 맞지 마라, 작은 곳보다는 큰 곳, 큰 곳보다는 급한 곳 등의 기리(棋理)뿐만 아니라 포석, 패착, 축, 묘수, 무리수, 복기 등 우리의 삶에 녹아든 바둑 용어가 의외로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바둑에서, 자기 돌을 자기 집 안에 놓아 스스로 수를 줄여 자기의 돌이 죽게 만든 일을 ‘자충수 두었다’라고 한다. ‘제 발등 제가 찍었다’라는 우리 속담과 비슷한 의미의 바둑 용어다. 돌아보면 우리 주변에는 자충수가 뒹굴고 있다. 피부를 긁다가 덧나거나 몸에 좋다고 계속 먹은 식품이 건강에 문제를 일으켰다면 자충수를 둔 거나 진배없다. 그리고 타인의 단점을 들추어 욕을 한다든지 자식에게 화를 낸다든지 하면 반드시 그 욕과 화가 자신에게 되돌아오게 되는데 그 또한 자충수의 응보라 할 수 있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과거의 안 좋았던 기억에 매몰되어 헤어나지 못하는 일도 그렇고 정치인이 과거 행적 때문에 곤란을 겪는 일도 그렇다. 단체나 국가가 오랫동안 방치한 위험 요소 때문에 존망의 기로에 서게 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나같이 자충수가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비워내지 못하고 더 채우려다가 결국 모두를 잃고 마는 이러한 예를 우리는 동서고금을 통해 수없이 보고 듣는다. 예부터 지혜로운 사람은 부(富)와 직위와 명예 모두를 탐하지 않고 그중에 하나만 이루어도 만족했다고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자충수를 둔다는 것은 내부의 적을 만드는 일이다. 자승자박(自繩自縛)인 셈이다. 스스로 활로를 막고 고립을 자초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갇히면 숨 막히고 성장이 멈출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자충수도 조심해야겠지만 기업이나 국가 간의 문제에서는 더더욱 멀리 내다보는 행보가 필요하다. 자충수를 두면서 명국(名局)이 탄생하기를 바랄 수는 없다. 아무쪼록 새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내민 모든 대화나 정책에 있어서 신중에 신중을 기울일 때 자충수를 둘 확률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석균(시인·창원경일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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