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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ON] 부자 氣받기- 삼성·LG·효성 창업주 이야기 ① 효성그룹 창업주 조홍제의 고향 함안 이야기

[2부] 여보게, 조금 늦으면 어떤가? 효성그룹 창업주 조홍제 ① 조홍제의 고향 함안 이야기
옛 아라가야의 도읍 함안엔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 기사입력 : 2021-11-05 08: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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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광지를 소개할 때 특정 장소를 추천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맛집 추천도 역시 쉽지 않다. ‘한가지 요리에도 백 명의 선생이 있고 백 개의 다른 입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의 고향 함안 이야기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곳, 그 가치가 숨겨져 있던 곳을 소개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함안군을 소개하려면 약간의 풍수지리 이야기도 곁들여야 한다. 함안은 동남이 높고 서북이 낮아 물이 남에서 북으로 흐른다. 이것을 역류라 한다. 역이라 하면 반항의 뜻인데, 함안 역사와 인물학에서 살펴보면 근거가 없는 것 같다.

    함안군의 지형이 남고북저라 명당의 기본조건인 배산임수를 살짝 비켜선 자리에 삶의 터전을 만들었다. 그래서 선조는 지명을 빌려 명당터를 만들었는데 지형이 높은 남쪽에 배가 다니는 여항산(餘航山)을 만들어 주었다. 물이 있으니 산도 필요하여 지형이 낮은 여항의 반대편에 지세를 높이고자 산을 대신하여 대산(代山)을 만들어 완벽한 배산임수의 명당터가 되었다. 일찍부터 아라가야의 도읍지였으니 함안의 기운은 예사로운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함안 상징 여항산과 봉성 저수지, 산, 호수, 계곡 등의 풍경이 그림같다./함안군청/
    함안 상징 여항산과 봉성 저수지, 산, 호수, 계곡 등의 풍경이 그림같다./함안군청/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의 고향 함안
    지명 붙은 함안 소고기국밥·수박 ‘먹거리’
    펄벅의 별장 닮은 주서리마을 ‘볼거리’
    숨은 명당 여항 봉성저수지는 ‘즐길거리’
    만보길 한바퀴 걷고 다랑이논 구경도

    # 대한민국 5대 도읍지 함안

    함안은 말이산 고분군 외 무진정, 서산서원, 고려동, 남강을 연결한 둑방과 악양루, 입곡저수지, 연꽃단지 등 관광지가 다양하다. 하지만 이곳은 널리 알려진 곳이라 인터넷에 상세한 내용이 있어 필자의 설명은 생략하였다.

    요즘 함안이 무척이나 바쁘다. 경남도 좁고 대한민국도 좁아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기 위하여 준비를 하고 있다. 함안 말이산고분군을 포함한 김해 대성동고분군, 고성 송학동고분군, 창녕 교동과 송현동고분군 등 7곳이 2022년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다. 등재만 되면 함안은 세계적인 문화를 가진 도시가 되어 국내 관광객은 물론 전 세계인의 관광지로 명성을 날릴 것이다. 아라가야 도읍지 함안은 경주, 부여, 김해, 서울과 함께 대한민국 5대 도읍지로도 부족함이 없는 문화·역사 스토리가 풍부한 도시가 될 것이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함안 소고기국밥.
    전국적으로 유명한 함안 소고기국밥.

    지리적 표시제로 인정받는 ‘함안수박’./함안군청/

    # 함안군 먹거리 국밥과 수박

    함안 가서 뭘 먹을까 고민할 필요는 없다. 전국적으로 알려진 함안지명이 붙여진 ‘함안 소고기국밥’이 있다. 함안에서 이렇게 국밥이 정착을 한 이야기에는 중국의 ‘마파두부’ 창업 이야기와 유사한 애련한 사연도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전국 맛집 30곳에도 지정된 함안 역 인근에 형성된 소고기 국밥촌을 추천하고 싶다. 국밥이 가지는 특유의 얼큰함과 음식의 목넘이가 부드럽게 느껴진다. 그만큼 잘 끓였다. 여기에 여항산 청정지역 쌀로 만든 밥 한 알 한 알에 국물이 잘 스며들어 슴슴한 맛까지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웃 마을 의령 소고기국밥과 맛 대결을 하여 천하의 국밥 명성을 겨뤄 보는 것도 관광상품이 될 것 같다.

    함안에는 대한민국 지리적 표시제를 받아 지역명이 붙여진 ‘함안 수박’이 있다. 함안 수박은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 가도 먹을 수 있다. 함안 수박의 세계화 추진 결과 척박한 몽골 땅에서 재배에 성공해 함안수박의 명성을 드높였다. 생애 처음으로 수박을 먹어 본 몽골의 지인은 수박 속의 과즙을 생명의 물, 장수의 물로 비유했다.

    ‘창원의 허파’라 불리는 여항산은 ‘대지’의 작가 ‘펄벅’의 ‘려산’ 별장과 닮았다./이래호/
    ‘창원의 허파’라 불리는 여항산은 ‘대지’의 작가 ‘펄벅’의 ‘려산’ 별장과 닮았다./이래호/

    # 함안의 숨은 명당, 여항 봉성저수지 만보길

    함안 출신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의 흔적을 찾으러 이곳저곳 다니다 숨어있는 보물을 찾았다. 여항산 줄기 아래 봉성저수지가 있는 여항면 주서리 마을이다. 저수지 주변에 형성된 집들의 풍경이 대한민국 여느 곳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여항산 봉우리는 붓을 거꾸로 세워 놓은 듯하여 ‘필봉’이라고도 부른다. 붓 끝에 주서리 마을과 봉성저수지가 있으니 글쓰는 사람과 풍수가 맞는 지역인가 보다.

    소설 ‘대지’를 발표해 193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펄벅’이 글을 쓴 곳이 중국 ‘려산’에 있는 별장이다. 펄벅의 별장 풍경과 이곳 주서리 마을 풍경이 닮았다. 봉성저수지를 걸으면서 사색에 잠기고 여항산을 보면서 글을 쓰다 보면 한국에도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한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미래의 노벨문학상을 받을 대한민국의 작가들이 찾아와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함안군이 지금부터 설계를 잘 하면 멋진 작가촌이 될 것 같다.

    여항산 물줄기가 내려오는 곳은 조선시대부터 경치가 아름다워 ‘별천’이라고 하였다. 물이 비단처럼 흐르는 ‘금계동’도 있다. 두 곳 다 유별나게 아름답고 풍경이 좋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항산 별천 계곡의 산과 물이 맑으니 공기에서도 자연 향기가 난다. 여항산을 ‘창원시민의 허파’라는 표현이 그냥 한 말이 아닌 것 같다. 허가만 난다면 여항산 공기를 캔에 담아 팔고 싶을 정도로 공기가 맛있다.

    여항 봉성저수지 둘레길은 만보가 된다고 ‘만보길’, 만병이 없어지고 만가지 복을 받는다고 ‘만복길’이라고 한다. 만보 둘레길을 한바퀴 돌면 수명이 하루씩 늘어난다고 하니 수백번이라도 돌고 싶다. 우리 몸은 많이 걸을수록 건강에 좋다고 하니 기(氣)가 찬 해석이다.

    여항면 마을에서 창원 내서읍까지 곧 터널이 개설된다고 한다. 10분 거리도 되지 않는다. 도시 생활에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은 창원시민들에게 이만한 조건의 산책로가 있을까? 그래도 행정기관에서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둑방 둘레길에는 황톳길, 모래길, 자갈길, 흙길로 구분하여 ‘사색의 길’로 만들면 좋겠다. 혹은 천자문을 새긴 박석을 놓아 방문객들에게 다양하게 체험할 것도 설치하면 좋지 않을까? 만보길 둘레에 노벨 문학상을 소개하는 길잡이 안내판을 설치해도 볼거리로 충분할 것 같다. 큰 예산이 필요하지 않으니 여항면이나 마을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마을 공동사업으로 진행해 보길 권하고 싶다. 다랑이논은 여항산 아래에도 있다. 경사가 완만하여 확 드러나지는 않지만 제법 운치가 있다.

    함안에도 다랑이논이 있다.
    함안에도 다랑이논이 있다.

    # 함안과 중국

    함안에는 중국도 있다. ‘백이숙제’ 고사성어의 뜻을 그대로 간직한 ‘백이산’도 있고 ‘숙제봉’도 있다. 중국의 3대 누각의 하나인 ‘악양루’와 이름이 같은 ‘함안 악양루’도 있다. 끝으로 함안하면 잊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리듬을 붙여 읽어보면 더 새로운 맛이 있다.

    낙동강 강바람이 치마폭을 스치면/ 군인간 오라버니 소식이 오네/ 큰애기 사공이면 누가 뭐라나/ 늙으신 부모님을 내가 모시고/ 에 헤야 데 헤야 노를 저어라/ 삿대를 저어라

    ‘대한민국 문화와 관광, 함안처럼’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조홍제의 한마디〉 오로지 부지런하면 먹게 될 것이요, 오로지 아껴쓰면 지키게 되리라.

    이래호 전 경남개발공사 관광사업본부장
    이래호 (전 경남개발공사 관광사업본부장)

    이래호 (전 경남개발공사 관광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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