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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곰탕- 김시탁

  • 기사입력 : 2021-11-03 20: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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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근길에 팔순 노모의 전화를 받았다

    애비야 곰탕 한 솥 끓여놨는디 우짤끼고

    올 거 같으모 비닐 봉다리 여노코

    안 올거모 마카 도랑에 쏟아 부삐고


    이튿날 승용차로 세 시간을 달려

    경북 봉화군 춘양면 본가로 곰탕 가지러 갔다

    요 질 큰 기 애비 저 봉다리는 누야 요것은 막내

    차 조심혀 잠 오믄 질까 대놓고 눈 좀 부치고


    묵처럼 굳은 곰탕을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오는데

    세 시간 내내 어머니가 뒷자리에 앉아 계셨다

    차가 흔들릴 때마다 씨그륵 씨그륵 곰탕이 울었다

    차 앞 유리창이 곰탕 국물 같다


    ☞ “애비야 곰탕 한 솥 끓여놨는디 우짤끼고/ 올 거 같으모 비닐 봉다리 여노코/ 안 올거모 마카 도랑에 쏟아 부삐고” 어머니의 이런 투정은 그래도 애교다. 그런데 팔순 노모의 눈물을 보는 일은 가슴이 미어진다.

    세 시간을 달려가 곰탕을 받아들고 온 시인에게 내가 다 고맙다. 아마 아들이 달려가 곰탕 봉다리를 받아들고 오지 않았다면 어머니는 곰탕 국물 같은 눈물을 보였으리라. 아마 시인은 가슴이 미어지는 일을 피하고자 “승용차로 세 시간을 달려/ 경북 봉화군 춘양면 본가로 곰탕 가지러 갔”으리라.

    그래서 그 마음을 알기에 “차가 흔들릴 때마다 씨그륵 씨그륵 곰탕이 울었다” 아무리 참으려 해도 눈물이 났으리라. “차 앞 유리창이 곰탕 국물 같”았으리라. 우리는 늘 내 심장 가장 가까운 곳에 눈물샘이 있다.

    성선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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