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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0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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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작은 경주, 창녕 가을여행 어때요?- 권상철(경남교육청 우포생태교육원장)

  • 기사입력 : 2021-11-01 20:2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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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로 답답한 요즘, 자녀와 함께 ‘작은 경주’ 창녕 여행을 추천한다. 첫 여정은 대지면 성씨 고택에서 시작하자. 6·25 때 파괴된 것을 영원무역 회장께서 복원했는데, 영원무역은 ‘국민교복’으로 불린 노스페이스 옷을 만드는 곳이다. 웅장한 고택을 첫 여정으로 꼽는 것은 이 집안이 일제강점기 전후로 보여준 노블러스 오블리주 때문이다. 학교를 세워 인재를 양성하고, 양파재배 기술 확보로 농민들이 가난을 벗어나게 했다. 이렇게 창녕은 양파 시배지가 되었다.

    차로 십분이면 만옥정 공원이다. 진흥왕척경비로 불리는 순수비는 남북한 네 개 모두 국보일 만큼 가치가 크다. 신라 진흥왕이 한강과 낙동강 유역을 정복하고 동해안을 따라 북상하는 영토확장 과정을 보여준다. 바로 아래에는 외국 청춘들이 이 나라에 와서 죽음으로 낙동강 전선을 지켜낸 UN기념탑이 있어 머리를 숙이게 한다. 그 앞은 병인·신미양요 승전에 의기양양해진 흥선대원군의 척화비이다. 무능한 왕조의 용감한 쇄국은 결국 망국으로 끝났다. 일부만 남은 객사 옆에는 탐관오리가 들끓던 조선후기에 훌륭한 고을 수령이 이토록 많았나 싶게 선정비가 줄지어 있다. 역사적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 분만 걸으면 국내에 몇 안 남은 석빙고인데, 바로 앞의 창녕천에서 옮겨 왔을 얼음을 보관한 과학적 원리를 찾아보자. 또, 오분이면 국보인 술정리동삼층석탑이 있는데 불국사 석가탑과 쌍둥이처럼 닮았다. 여기서 동북쪽으로 가면 비화가야 교동고분군이다. 고분 앞의 창녕박물관에서는 8000년 전 동아시아 최초의 배인 비봉리 유물 복원을 볼 수 있다.

    조금 먼 옥천계곡을 따라 보물을 여섯 개나 품은 관룡사로 가 보자. 화왕산을 병풍처럼 두른 풍경이 보이면 옥천사 노비에게서 태어나 권문세족에 맞서 고려를 개혁하다가 끝내 처형당한 신돈을 생각한다.

    하룻밤 묵어갈 때는 노을이 물드는 저녁이나 물안개 피는 새벽에 우포늪을 걸으면 화룡점정이 된다. 낮에는 따오기를 만날 수도 있다. 가을 화왕산도 일품인데, 정상의 오만 평 억새군락과 화왕산성은 곽재우가 왜병을 물리친 현장이다. 창녕은 경남을 대표할 역사의 고장이요, 생태의 보고이다.

    권상철(경남교육청 우포생태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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