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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5월 29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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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방언- 이세기

  • 기사입력 : 2021-10-28 08: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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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얘야, 선새미를 죽이지 말거라

    집 안에 들어온 선새미를 죽이면

    돈이 들어오지 않는단다

    얘야, 문지방에 앉지 말거라

    평생을 가난하게 산단다

    얘야, 뗏부르나무를 베지 말거라

    집안에 사람이 죽는단다

    얘야, 죽은 송장 얘기를 하지 말거라

    몸에 죽은 구혼이 들어와 헤친단다

    얘야, 산짐승 죽이는 것을 보지 말거라

    짐승 혼이 잡아간단다

    얘야, 방고래가 매운 걸 보니

    날이 궂으려고 늦바람이 부는가 보구나

    얘야, 간밤 꿈에 물고기가 나무에 열렸더구나


    *선새미: 그리마. 섬사람들은 돈벌레라고 하며 익충으로 여겨 죽이지 않는다

    *뗏부르나무: 보리수나무


    ☞ 시인이 태어난 곳은 인천 덕적군도, 사면이 바다로 에워싸인 주먹만 한 섬이다. 시인은 그곳이 금기어로 가득한 땅이라고 한다. 생명을 해치는 일과 말을, 그 어떤 것보다 경계한다. 생명 가진 것들의 죽음이 삶의 일상이 되어버린 까닭이다. 그 해(害)가 고스란히 되돌아올까 “자연의 소소한 변화를 동물적으로 감지하고 행불을 담아서 살아가는” 사람들…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말”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꿈에 대해서도 남다르게 불길함을 읽는 재주가 있다.

    어릴 적에 질색하며 듣던 미신 같았던 말들도 이제 생각하니, 생활 곳곳에 배인 시절의 어둠 때문이었을까. 저마다 물려받은 방언은 온전히 사라진 것 같지 않다. 숨어든 곳에서 한 번씩 작동하는 것을 감출 수 없다. 유희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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