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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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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깐부- 강지현(편집부장)

  • 기사입력 : 2021-10-12 20: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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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곳은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 무시무시한 게임의 세계. 어릴 적 친구와의 놀이에서 쓰던 ‘죽는다’는 비유가 실제 ‘죽음’이 되는 데스게임 현장이다. 목숨 걸고 겨루는 게임이라는 게 고작 구슬치기라는 설정이 좀 우습지만, 웃을 수 없다. 왜냐. 목숨이 달린 일이니까.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한 남자가 다른 남자에게 게임의 승패가 달린 마지막 구슬을 양보하며 말한다. “우린 깐부잖아.”

    ▼‘깐부’는 친한 친구나 동지, 같은 편을 뜻하는 속어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소개되며 유명해졌다. 깐부는 구슬이나 딱지 등의 놀이자산을 허물없이 공유하는 각별한 사이를 의미하는 말로, 깜보나 깐보라고도 한다. 서로 뜻이 잘 맞는 매우 친한 친구를 이르는 말인 ‘베프(베스트 프렌드·best friend의 줄임말)’의 한국어판 단어쯤 되겠다.

    ▼우리말 ‘깐부(gganbu)’가 넷플릭스와 트위터 공식 계정에 등장했다. 지난 4일 페이스북의 접속장애를 트위터와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의 한 장면에 빗대 표현하면서다. 지난 5일 국회 국정감사 현장에서도 깐부가 언급됐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이재명 경기지사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관계를 가리켜 “깐부 같다”고 꼬집었다. 그런가 하면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10일 자신을 향해 ‘범죄 공동체’라고 한 홍준표 의원에게 “홍 선배님, 우리 깐부 아닌가요”라는 SNS를 남겼다.

    ▼우리가 발 딛고 선 현실은 냉혹하다. 적자생존의 경쟁 시스템 속에서 편법과 꼼수, 반칙이 판친다. 자신이 살기 위해선 타인을 짓밟고 올라서야 한다. 이토록 비정하고 비열한 현실을 버텨낼 수 있는 건 우리 주위의 ‘깐부들’ 덕분인지도 모른다. 네 것 내 것 없이 나누고 믿음으로 연대하는 사람들, 끼리끼리 협잡하는 깐부가 아닌, 서로서로 협력하는 깐부 말이다. 내 것을 기꺼이 내어주고 대가없이 선의를 베푸는 사람. 당신은 누군가에게 그런 깐부였던 적이 있는가.

    강지현(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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