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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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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 프로젝트] (73) 햄버거병 앓고 있는 종민이네

“아픈 아들 병원 때문에 일용직 전전… 100만원 남짓 벌어 한달 생활”
올해 이혼해 홀로 어린 삼남매 돌보는 엄마
코로나 확산으로 일감 줄어 살림살이 빠듯

  • 기사입력 : 2021-10-11 21:4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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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 오줌이 콜라색이야” 4년 전 초등학교 4학년생이었던 종민(가명·13)이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고통스러워하고 먹었던 걸 토해냈다. 체한 줄 알고 병원에 갔는데 피검사를 해야 했고, 의사는 아이에게서 나올 수 없는 결과라며 당장 큰 병원으로 옮기라 했다. 아이의 온몸이 붓기 시작했고 피부와 눈 흰자까지 노래지기 시작했다. 병명은 ‘햄버거병’으로 알려진 ‘용혈성 요독증’. 균에 의한 감염 등으로 적혈구가 비정상적으로 파괴되면서 발생하는 병인데, 손상된 적혈구들이 신장의 여과 시스템에 찌꺼기처럼 끼이면서 기능을 떨어뜨리고 몸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고 했다. 종민이를 다급히 경상대로 옮겼지만 이곳에서도 치료가 어려워 부산양산대병원에 가서 중환자실에 입원해 혈액투석과 치료를 받았다. 지금은 신장 기능이 많이 돌아와서 두세달에 한 번씩 양산에 약을 타러 병원에 들르는 정도로 회복됐다.

    종민이가 아프니 때때로 며칠간 병원에 가야하는 일이 생기면서 엄마 지영(가명·39)씨는 규칙적인 출근이 요구되는 회사를 다니기가 어렵다고 했다.

    지난 7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종민이네 집에서 엄마 지영씨가 마산합포구청 사회복지 담당자들, 경남은행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종민이네 집에서 엄마 지영씨가 마산합포구청 사회복지 담당자들, 경남은행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자주 일을 못나가는 상황에 놓이니까 일당을 받는 일용직을 계속 다니게 됐죠. 다행히 지금은 일이 몸에 배여서 그렇게 힘들진 않아요.”

    지영씨는 지금도 어시장 생선건어물 회사에서 소포장을 하는 일로 일당을 받으면서 생활비를 번다. 그러다 보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해도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100만원 남짓. 이마저도 코로나19 확산으로 마트에 나가는 물건 수량이 감소하면서 일감이 줄어들었다. 보통 오전 7시 50분까지 출근해 오후 5시에 일을 마치지만 이마저도 일감이 없어 못하고 오전이나 오후 잠깐만 들렀다 일이 없어 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지영씨는 올해 4월 이혼해 홀로 첫째 종민이에다 둘째 가영이(가명·11), 셋째 영민이(가명·10)까지 어린 세 명의 아이들을 돌봐야 하니 잠시라도 나가 일감을 챙겨오려 한다. 그럼에도 돈은 늘 궁해 자신의 신용회복에 필요한 돈을 제때 상환 못한 지도 3년이 지났다. 생활비도 모자라 3개월치 월세가 밀려 최근 보증금에서 깎여나가기도 했다.

    “아이들 보험료, 전기료, 휴대폰 요금, 월세까지 주고나면 남는 게 거의 없어요. 요새 대부분 친구들이 아파트에 사는 걸 봐선지 애들이 ‘엄마, 이제 여기서 살기 싫어’ 이러는데 집을 옮길 수도 없고요.”

    사춘기를 심하게 겪고 있는 중2 종민이, 학교생활에 착실한 딸 가영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막내 영민이까지 있으니 성별로 방을 따로 줘야겠다는 생각에 엄마는 거실에서 생활하고 있어 혼자 쉴 공간도 전혀 없다. 종민이가 태어날 때쯤부터 살았던 15평 방 두 칸짜리 낡은 빌라에서 이사하고 싶어 LH 임대주택 신청을 해놓았지만 아직 서류상에 정리되지 않은 부분 때문에 법정 한부모 조건에 해당하지 않아 심사에 시간이 많이 소요될 예정이다.

    아이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휴대폰으로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보낸다. 종민이와 영민이는 과거의 나쁜 기억들로 정서적으로 불안하다는 진단도 받았지만 별다른 치료를 받지도 못하고 있다. 가영이는 공부에 욕심이 있어 친구들처럼 학원에 가고 싶다고 말하지만 엄마는 안된다고 말해줄 수밖에 없다. 어지러운 집에서 막막한 상황, 엄마 지영씨는 도움을 받게 되면 목돈으로 저축하고 싶다고 했다.

    “아이가 아픈 적도 있어,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일단은 모아 두고 싶어요. 모아서 기회가 되면 집을 옮기는 데 쓰거나 할 수 있게요.”

    글·사진= 이슬기 기자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207-0099-5182-02(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남지회)

    △9월 7일 9면 근무력증 앓는 엄마와 사는 희영군 경남은행 후원액 300만원 일반모금액 12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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