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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존경스러운 어른 세상- 김하용(경남도의회 의장)

  • 기사입력 : 2021-09-29 20: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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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가오는 10월 2일은 ‘노인의 날’ 이 제정된 이후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필자가 노인대학 어르신을 대상으로 ‘제2의 인생 만들기 특강’을 하면서, 지혜와 경험을 갖춘 ‘존경스러운 어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새삼스럽게 깨닫고 느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는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이를 먹는다. 옛날에는 사람이 70년 산다는 것이 아주 드문 일이었다는 점에서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말이 생겼다. 하지만 이조차도 아득한 옛말이 되었다. 지금 우리의 삶은 ‘100세 인생’에 도달했다. 그런데 진정으로 우리 사회는 노인을 축복하고 있는 것일까. 흔히 고령사회로 갈수록 노인들에게는 더욱 불리해질 것이라고 하지만, 한편으로 유리해지는 측면도 많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듯 노인들의 활동이 늘어나기 때문에 국가에서는 노인복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며 노인들의 건강과 생활에 유익한 상품과 서비스 등이 많아지고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이 발전하게 될 것이다. 또한 정년이 연장되고 노후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게 되어 노인들의 경험과 능력을 활용할 기회가 많아 노인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노인문화가 형성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는 축복받는 노인보다는 존경스러운 어른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 알다시피 사람은 노력하거나 훈련하지 않아도 세월 속에서 절로 노인이 된다. 하지만 존경스러운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젊었을 때부터 부단히 자신을 가꾸고 가다듬지 않으면 안 된다.

    진정한 어른은 자기 중심에서 벗어나 타인 중심으로 배려를 실천하는 사람을 뜻한다. 고령사회에서 존경스러운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충족되어야 할 전제가 있다. 몸과 마음이 함께 늙어가야 한다. ‘몸은 칠십대지만 마음은 이십대’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자주 접한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가진 심정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이십대가 가지지 못한 노인의 후덕함은 세월의 자산이다. 반면에 후덕한 청년이라는 말이 없는 것은 인생의 길이와 정비례하기 때문이다. 청년의 마음을 고집하는 노인은 이타적인 마음을 지닌 어른이 아니라, 이기적인 욕심으로 살겠다는 말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 사이에 많은 갈등을 유발되기도 한다. 예컨대 칠십대의 시어머니는 칠십대의 마음으로 며느리를 맞아야 젊은 며느리를 친딸처럼 거두는 자애로운 그늘이 된다. 그래야만 후덕한 노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이미 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노인이 많은 사회’는 허약할 수밖에 없지만, ‘어른이 많은 사회’는 더없이 강건할 수 있다. 노인들의 경륜과 지혜는 인공지능(AI)보다 더 강력한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즈음 우리 사회에 존경스러운 어른이 없다고 한탄만 할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각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김하용(경남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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