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4일 (수)
전체메뉴

[기고] 산삼유전체 해독을 통해 짐작해 보는 산삼의 고향- 양태진(서울대 농업생명대학 교수)

  • 기사입력 : 2021-09-26 20:22:56
  •   

  • 필자가 근무하는 연구실은 15년 이상의 노력 끝에 인삼유전체를 세계 최초로 해독해 약 30억쌍의 유전체 서열과 5만9352개의 인삼 유전자를 보고하였다. 전 세계에는 약 15종의 인삼속 식물이 분포하지만 대부분 히말라야와 중국 운남성,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의 1600m 이상 높은 산에서 발견된다.

    중국 운남성에서는 중국인삼인 전칠삼(Panax notoginseng)을 우리나라 인삼 재배방식과 유사하게 엄청난 면적에서 재배하고 있으며 베트남에서는 1970년대 베트남인삼 (Panax vietnamensis)이 처음 발견된 이래 경상남도 함양과 협약관계를 맺고 산양삼으로 재배하고 있는데 1㎏에 약 400만 원 이상으로 거래되고 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산삼과 근연종 식물의 유전체 해독 연구를 통해 인삼의 기원을 추정하였는데, 그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200만년 전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되던 시기라고 판단된다. 이 때 두 개의 인삼종이 합쳐져 배수체가 되었으며 환경내성이 강해지고 월동할 수 있는 지금의 산삼이 태동하였는데, 그 장소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 지역이라고 짐작된다. 더불어 월동 능력을 갖춘 고려인삼은 미국대륙으로까지 이동하여 미국삼으로 정착하였으니, 확인할 수는 없지만 고려인삼과 미국인삼의 기원지가 저의 고향 함양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선조는 수백년 전에 우리나라 산야에서 자라던 산삼을 더욱 많이 생산하기 위하여 밭에서 차광 재배하는 기술을 개발하였으며 고려인삼이라는 이름을 전 세계에 알렸다. 최근에는 함양, 홍천, 평창 등 전국의 깊은 산에서 산삼을 청정 재배 관리하는 ‘산양삼’이 생산되고 있다. 세명대학교 고성권 교수님의 고찰처럼 산삼은 수백년 전 평지로 내려와 인삼으로 재배되었다.

    한편, 경상국립대학교 조계만 교수님의 주장처럼 인삼은 최근 산으로 되돌아가 산양삼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식물은 불량한 환경을 극복하는 과정에 약용물질을 더욱 많이 축적한다. 산삼과 인삼의 유전적 배경이 비록 같지만 산삼은 깊은 산에서 부족한 영양분과 청정 환경 아래에서 사람에게 약이 되는 생리활성대사물질을 독특하게 축적하리라 생각할 수 있다. 산양삼도 청정 산속에서 자라니 사람의 손을 탄 것 외에 산삼과 인삼의 장점을 융합한 우수한 효능을 가질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다. 우리 연구실은 인삼의 유전체해독 정보 및 유전자분석법을 개발하여 인삼, 산삼, 산양삼 등 어떤 종류에도 적용이 가능하며 이들을 구분하거나 기원을 찾고 족보 관리를 할 수 있다. 더불어 우리나라 다양한 지형과 수목에 적합한 산양삼 품종개발 등에 직접 활용될 수 있으므로 청정 산삼으로 재배가 가능한 우수한 종자의 개발을 기대할 수 있다.

    청정 산에서 자란 산양삼의 뿌리 뿐 아니라 잎에 들어있는 유용한 진세노사이드를 활용하여 산양삼 산업이 보다 대중화되고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양태진(서울대 농업생명대학 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